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경매 시장에 현금 부자가 몰리고 있다. 경매로 낙찰받은 물건은 실거주 의무가 없는 데다 자금 출처 조사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대책이 발표된 10월 1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경매 물건(12건)은 모두 낙찰됐다. 대출 규제를 감안하면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3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한데도 낙찰률 100%를 기록했다. 10월 20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송파구 ‘포레나 송파’ 전용면적 67㎡ 경매에는 59명이 응찰했다. 최종 낙찰가는 감정가보다 약 5억원 높은 14억1880만원이었다.
현금 25억원 이상 필요한 고가 아파트 경매도 두 자릿수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10월 30일 강남구 도곡동 ‘삼성래미안’ 전용 84㎡ 입찰에는 20명이 참여해 30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25억5000만원)를 크게 웃돌며 낙찰가율은 119%를 나타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규제지역 내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축소해 25억원 초과 아파트에는 대출 한도 2억원을 적용했다. 28억원가량을 현금으로 낼 수 있는 사람이 대거 경매에 참여한 것이다.
최근 경매 열기는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영향이 크다. 경매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하고 낙찰 직후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성남 분당 등에서는 경매를 통한 신고가도 잇따랐다. 분당구 삼평동 ‘판교봇들마을3단지’ 전용 84㎡는 10월 20일 약 18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15억8000만원) 대비 17% 높은 가격에 팔려 신고가를 찍었다. ‘이매 삼환’ 전용 116㎡도 같은 날 감정가보다 1억2860만원 비싼 16억1860만원에 매각돼 신고가를 썼다.
10월 20~27일 서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평균 101.5%로 100%를 넘어섰다. 광진구(135.4%) 성동구(130.9%) 영등포구(108.1%) 등의 낙찰가율이 높았다. 경기권에서는 성남 분당구(113.3%)과 하남(102.0%) 등의 낙찰가율이 100% 이상을 기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 즉시 임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금 자산가와 투자자의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