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 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곳이 ‘삼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로 묶이면서 매매 시장이 움츠러드는 등 시장 관망세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앞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며 지역별로 집값이 조정 국면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지역 거래 급감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3% 뛰었다. 역대 최고 주간 상승률을 기록한 지난주(0.50%)에 비해 오름세가 크게 둔화했다. 최근 아파트값이 빠르게 치솟던 ‘한강 벨트’ 지역의 상승세가 약해진 영향이 크다. 지난주 1.29% 올랐던 광진구는 이번주 0.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성동구(1.25%→0.37%), 강동구(1.12%→0.42%), 마포구(0.92%→0.32%) 등도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정부 규제 발표 직후 집주인과 매수 희망자의 문의가 많았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된 지난 20일부터는 전화가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며 “급매 물건이 일부 나오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수동 B공인 관계자도 “19일까지는 막바지 수요가 몰렸지만, 지금은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수요자가 정부 추가 대책 등을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량도 대책이 시행된 지난 16일부터 확연히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6~29일 2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는 939건이었다. 규제 시행 직전 2주일간(2~15일) 4183건과 비교해 77.6% 감소했다. 일부 지역에선 신고가 거래도 있었다. 다음달 입주 예정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29일 3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보다 2억원가량 뛴 금액이다.
재건축 기대 등에 집값이 크게 뛰던 경기 성남 분당구(1.78%→0.82%)와 과천(1.48%→0.58%) 등도 오름폭이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분당구 수내동 C공인 대표는 “분당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게 됐다”며 “집주인들도 서두르지 않아 호가는 아직 크게 내려가진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규제로 당분간 집값이 보합 또는 약보합 추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연말까지 거래 공백이 예상된다”며 “다음달 하순께부터 규제로 묶인 일부 지역에서 집값 상승세가 멈추는 곳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 불안 우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주 0.14% 상승해 39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주(0.13%)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송파구(0.33%), 강동구(0.33%), 양천구(0.21%) 등의 전셋값 상승세가 강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임대차 물건 부족 속에 역세권과 대단지 등에 수요가 몰리며 전셋값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물건은 이날 기준 2만4861개로 올해 초(3만1814개)보다 22%(6953개) 줄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집을 사기 힘들어지면서 전·월세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단지 공급이 잇따르는 동대문구에서도 전세 물건이 14일 1122개에서 이날 918개로 보름 만에 18% 감소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뚜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구로구의 이달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368건(계약일 기준)으로 전세(265건)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만 해도 전세(426건)가 월세(362건) 거래보다 많았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입주 물량 감소로 앞으로 전세 물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임근호/오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