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우리 집값은 우리가 지킨다"…동네 카톡방서 뭉친 집주인들 [돈앤톡]

2025.10.30 13:39
#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 요즘 그가 몸담은 지역 단체 채팅방에선 동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의 가두리(집값을 묶어두는 일종의 담합행위) 행위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20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매물은 최대한 신고를 늦추고 그사이 신고가보다 낮은 18억원, 19억원 등에 매물 여러 개를 거래했기 때문입니다.

단체 채팅방에 있는 주민들은 이런 일을 벌인 공인중개업소를 찾아내 결국 업소에 경고에 나섰습니다. 김씨는 "우리 재산을 우리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 집값에 손해가 되는 일이 벌어지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이 지역 부동산 단체 카톡방이 아파트 가치를 끌어올리는 '최전선 기지'가 됐습니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장모씨도 부동산 단체 채팅방에서 이런 글을 자주 봅니다. "이 지역 대장 아파트와 그가 사는 단지 집값이 너무 벌어졌다"는 게 그가 속한 단체 채팅방 참여자들의 주장입니다.

장씨는 "단체 채팅방에 있는 일부 주민은 시세보다 크게 낮은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업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허위 매물을 내리라고 항의하기도 한다"며 "예전 같으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텐데 한편으론 나 대신 우리 단지 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단체 채팅방뿐만 아니라 집주인들은 소유한 집 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 집주인은 여러 사람이 보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자기 단지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고 단지의 장점과 차별점 등을 상세하게 적어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우리 단지가 주변 단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이런 글을 적어 올리게 됐다"며 "처음엔 큰 반응이 없었지만 여러 차례 글을 올리다 보니 단지 이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응원을 해줘 힘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이전부터 많았습니다. 과거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을 당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우리가 강남이나 서초구처럼 집값이 높은 것도 아닌데 왜 거래를 마음대로 못 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동(洞)을 경계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곳에서 수억원의 집값이 오르자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원활하지 않으니 집값 상승이 더디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연명부를 제출하거나 주민의견을 송부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이름을 바꿔 가치 상승을 도모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신촌숲아이파크(1015가구·2019년 8월 입주)는 최근 '아파트 명칭 변경 및 사전 전자투표 안내'라는 게시물을 올리고 아파트 명칭 변경 추진에 나섰습니다. 소유자들의 최종 투표 결과에 따라 '마포아이파크포레'로 이름이 바뀔 예정입니다.

인근 단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습니다. 같은 구 대흥동에 있는 '마포그랑자이'(1248가구·2020년 2월 입주)는 2023년 '신촌그랑자이'에서 이름을 바꿨고 아현동에선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이전 '아현래미안푸르지오'에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마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아파트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런 사례는 꽤 많습니다. 양천구 신정동과 신월동에선 인근에 있는 목동의 후광 효과를 보기 위해 아파트 단지명에 '목동'이라는 명칭을 많이 넣고, 강서구 방화동 등에선 '마곡'이란 명칭을 아파트에 넣기도 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이송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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