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순자산 상위 1%’ 가구는 자산의 80%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의 70%가량은 거주 목적 외 자산이었다. 자산 증식을 위해 담보대출, 임대보증금 등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균 연령 64세인 이들은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준비하고자 70세 은퇴를 희망했다.
순자산 33억 있어야 ‘상위 1%’…자산 80%, 부동산에 쏠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행한 ‘THE 100 리포트: 상위 1% 부자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자산 상위 1%의 커트라인(하한선)은 33억원(작년 3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상위 10% 가구의 기준선은 10억5000만원, 상위 0.1%는 86억7000만원이다. 통계청의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상위 1% 가구주의 평균 나이는 64세, 순자산은 54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총자산은 60억6000만원에 달했다. 평균 부채 5억8000만원을 포함한 수치다. 부채 비율 9.6% 수준으로,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비율(16.9%)과 비교해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자산의 상당 부분은 실물자산(81.1%)에 쏠려 있었다. 특히, 부동산이 총자산의 79.4%를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높았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전체 평균 70.5%)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는 수치다. 거주 목적 외의 부동산 비율(55.7%)이 거주 주택(23.7%)보다 2배 넘게 높았다. 주택소유통계(2023년 말 기준)에 따르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233만9000명 수준이다. 50대(17.9%)가 가장 많았다. 60대(17.8%)·40대(14.8%)·70대(14.4%) 등이 뒤를 이었다.
자산가들, 수도권 대형 면적대 아파트 선호
상위 1% 가구는 평균 3명의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2인 가구(37.4%)가 가장 많았다. 10가구 중 8가구가량은 수도권에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위 1% 가구의 80.7%는 자가에 거주하고 있다. 전세와 월세는 각각 12.5%, 6.9%에 불과하다.

거주 주택의 평균 가격은 17억9000만원으로 보유자 평균 순자산(53억8000만원)의 약 33% 수준이었다. 전용면적별로 따지면 초대형(132.2㎡ 이상) 면적대에 거주하는 경우가 41.4%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대형(86.0㎡ 이상 132.2㎡ 미만) 36.1%, 중형(49.6㎡ 이상 86㎡ 미만) 22.5% 순이었다.
아파트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상위 1% 가구의 82.8%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은 12.8%, 연립 등 기타 주택은 4.4% 수준이었다. 결과를 종합하면, 부자 가구는 수도권 대형 면적대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돈 벌어주는 돈’…재산소득, 전체 평균 대비 16.8배 많아
자산 증식의 비결은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소득 창출이었다. 상위 1% 가구의 연평균 경상소득(예측 가능한 소득)은 2억4395만원 수준이었다. 이 중 근로소득이 1억908만원(44.7%)으로 가장 많았다. 재산소득은 9399만원(38.5%)으로 나타났다. 재산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 가구의 재산소득(559만원)과 비교하면 16.8배 큰 규모다. 재산소득(4637만원)이 2.4배 차이 나는 것을 고려하면 큰 격차다.

적정 수준의 부채를 자산 증식에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위 1% 가구의 81.1%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가구의 평균 부채는 7억1597만원 수준이다. 총자산(65억278만원)의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담보대출(3억6477만원)이 51.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임대보증금(3억1671만원, 44.2%)이 많았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소비성 부채는 3449만원(4.8%)에 불과했다.
상위 1%의 70.8%는 미은퇴 가구였다. 이들은 70세에 은퇴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 은퇴 준비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62%는 ‘잘 되어있다’ 또는 ‘아주 잘 되어있다’고 답했다. 반면, 부족하다고 주장한 비율은 6.3% 수준이었다. 은퇴 가구(29.2%)의 상당수(11.7%)는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