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삼중 규제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을 단행한 가운데 규제를 피한 지역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9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롯데캐슬'은 10월 넷째 주(20~26일) 기준 3만6591명이 다녀가며 방문자 1위 단지에 올랐습니다. 2021년 940가구 규모로 준공된 이 단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동탄역에서 도보 1분 거리인 초역세권 단지인 것은 물론, 백화점과도 이어져 있어 동탄2신도시의 대장주로 꼽힙니다.
동탄2신도시 단지에 갑자기 전국적인 관심이 몰린 배경에는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있습니다. 정부가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삼중 규제로 묶자 규제를 피한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동탄신도시의 동탄역롯데캐슬은 실거래가격 대비 호가가 2억원 이상 뛰는 등 가격이 널뛰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이달 11일 기록한 16억2000만원(16층)입니다. 하지만 현재 호가는 18억~18억5000만원으로 2억원가량 오른 상태입니다. 단지 인근 A 공인중개 관계자는 "10·15 대책 발표 이후 실수요와 투자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매수자가 있다고 연락하면 집주인이 바로 호가를 수천만원 올리는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용 84㎡가 20억원까진 오를 것으로 기대해 매도를 미룬 집주인이 많다"며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자에게 인기가 많은 전용 65㎡도 대부분 빠지고 몇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단지 전용 65㎡는 지난달 12억7700만원(44층)에 팔렸지만, 최근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호가도 15억5000만원까지 뛰었습니다.

B 공인중개 관계자도 "방문객들도 동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있다"며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 등 인근 단지들 호가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화성시는 내년 2월 동탄구를 비롯한 4개 구가 신설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행정구역상 화성시에서 동탄만 분류하기 어려워 규제를 피해 갔지만, 내년 초 동탄구가 신설되면 곧바로 규제를 적용받아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란 게 지역 개업중개사들의 공통된 인식이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6월 출범한 이래 집값 안정을 목표로 세 차례 부동산 규제를 단행했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쉬이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0포인트(P) 상승한 122를 기록했습니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기준점인 100보다 높으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소비자가 내릴 거라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이달 지수는 2021년 10월 12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고, 상승 폭 역시 2022년 4월 10P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다주택과 갭투자를 막는 정책을 펴면서 정작 고위 관계자들은 다주택과 갭투자로 큰 수익을 낸 '내로남불'로 인해 정책 신뢰도가 무너지고 집값 상승 기대감은 커졌다는 해석도 내놓습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실 참모진 30명 중 20명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인 10명은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로 토허구역 내 2가구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입니다.
대통령실 외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최근 갭투자 논란으로 물러난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은 한 유튜브에 출연해 "집을 지금 사려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집값이 내려가면 사면 된다"고 발언해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여기에 더해 배우자의 갭투자로 1년여 만에 6억원가량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마주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최대 4주택을 보유했던 다주택자로,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역시 갭투자로 마련했습니다. 재건축 전 '개포주공1단지'를 매수했지만, 재건축 이전까진 실거주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청문회에서 "앞으로는 진짜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실거주 없는 갭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서울 서초구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자 "한 채는 자녀에게 양도하겠다"고 말해 '아빠 찬스' 논란을 샀습니다. 결국 "이런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고 공직자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일반 매각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값을 잡기 위해 일부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스스로는 예외적 지위를 누린다면 누가 정책을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책의 신뢰성과 도덕성이 흔들리면 규제 효과는 반감된다"며 "규제지역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번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