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암동 서울링…현실성 있는 관광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2025.10.29 13:23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재개됐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미국과 유럽의 고소득층 관광객 유입도 이어진 결과입니다. 이에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20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48.4% 증가한 1636만9629명으로 집계돼 코로나19 이후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관광수입은 8.8% 증가한 164억5000만달러(약 23조5600억원)에 그치면서, 1인당 지출액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관광객들도 고급 한식 레스토랑보다는 편의점에서 김밥·떡볶이·라면 등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백화점이나 면세점 대신 다이소·올리브영·무신사 등 저가 매장을 주로 찾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통문화나 고급 음식보다는 간단한 간식과 저가 쇼핑 위주로 소비가 이루어지면서 관광객 수 증가가 '관광 흑자'로 이어지진 못하는 실정입니다.

반면 일본은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관광입국'을 선언한 이후 불과 10년 만에 관광 대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관광 흑자는 6조6864억엔(약 63조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급증했으며, 외국인 관광객 수도 3686만명에 달해 한국의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적 인기에 비해 한국의 관광수입은 지나치게 초라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즐길 만한 관광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쇼핑 외에 체험형 관광 자원이나 독창적인 액티비티가 거의 없어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런던아이와 같은 대형 대관람차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아이는 2000억원이 되지 않는 비용으로 건설돼 매년 800억원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입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관람차는 이보다 훨씬 큰 규모로, 최소 1조3000억원을 들여 문화센터를 포함한 복합시설 형태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다만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리츠(REITs)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도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국내 현실에서는 책임준공을 보장할 기업이 마땅치 않습니다. 싱가포르 플라이어나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이롤러 등 다른 대관람차들이 부진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정한 입지 또한 문제로 꼽힙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은 볼만한 조망이 부족하고, 압구정·한남·성수·잠실 등 서울의 주요 스카이라인을 조망하기 어렵습니다. 접근성도 떨어지기에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운영 경험이 없는 초대형 관람차 사업 특성상 금융기관의 PF 조달 역시 쉽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에 비해 과거 검토된 여의도 공원 끝자락은 관광객 유치 잠재력이 높은 대안으로 꼽힙니다. 인근에 한강 유람선 정류장과 버스 정류장이 있고, 지하 주차장을 조성해 더현대서울과 연결한다면 강력한 관광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3000억원 이하의 현실적인 규모로 첨단 대관람차를 설치하면 사업 타당성 확보와 공사기간 단축, PF 원활화 모두 가능할 것입니다.

런던아이처럼 매년 12월 31일 자정에 불꽃놀이 행사를 연계한다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관광 랜드마크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PF 부실 사태로 민간 건설사업이 어려운 만큼, 여의도 대관람차 사업은 SH공사가 주도하고 프로젝트 리츠를 도입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가능하고, 도움이 되며, 지속 가능한 관광 인프라'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소비로 이어질 콘텐츠가 부족한 현실에서, 현실성 없는 대형 프로젝트보다는 실질적인 수익 창출과 도시 브랜드 제고가 가능한 방안을 선택해야 합니다. 서울시와 정부가 관광자원 개발의 방향을 재검토하고, 조속히 착공 및 완공을 추진한다면 한국 관광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최원철

이 정보가 유익했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보세요.

올해 종부세는 얼마일까?
세무서 방문 없이 예상세금 무료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