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이 추진하는 ‘3+3+3 임대차법’ 개정안에 부동산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온적인 대응을 이어가는 가운데, 범여권에서는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회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국회의원 10인은 오는 11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법안의 당위성을 설파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에는 현행 2년인 임대차 계약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갱신청구권을 두 차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세입자는 최대 9년간 같은 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창민 의원실은 법안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임대차법 개정에도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은 2019년 3.2년, 2021년 3년, 2023년 3.4년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주거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임대차 기간을 늘려야 한다. 미국 대도시와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임대차 기간이 무기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규제가 도입됐을 때도 전세가가 올랐다는 주장만 난무할 뿐이지 실증적 근거가 제출된 바 없다"며 전셋값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해당 법안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것임에도, 계약기간 연장에만 초점을 맞춰 과도한 비난 여론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3만8000건 가까이 등록됐다.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한 누리꾼은 "임대인의 부담을 과도하게 키우기에 시장에서 소규모 임대인을 퇴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법안이 민간 시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세 제도 소멸을 유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선 부동산 공인중개사들도 해당 법안 내용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 한 개업 공인중개사는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서울에서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9년간 집을 매도할 수 없게 된다"면서 "계약기간이 길어지기에 전세 물건이 줄어들어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물론, 집값도 덩달아 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개업 공인중개사도 "독일이나 프랑스는 세입자들이 개인 신상정보와 반년치 급여명세서 등을 집주인에게 제출하고 면접을 봐서 통과해야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부담이 모두 키우는 일인데, 이걸 당연시하며 강행하겠다는 것은 다 같이 죽자는 소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실제 개정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입장 정리를 미루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올해 초 유사 사례가 법안으로 발의되고 정책 제안이 되자 우리 당 지도부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당 의원 두 분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지만, 민주당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계약갱신청구권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을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준혁·박수현·박홍배·복기왕·이용우·장종태 의원 등이 동참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동의를 철회하면서 해당 개정안은 발의 요건을 상실해 자동 폐기됐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아직 동의를 철회한 의원이 없는 상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제도라는 건 항상 현장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당 부동산TF와 관련 상임위를 통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며 임대차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혼란이 목적인 게 아니라면 여당은 적극적으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입법 현실성과 무관하게 정치권이 논란을 방치할수록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불안 심리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 전세 소멸과 월세화는 한층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