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도 12곳에서 시세보다 싼 가격에 가족끼리 부동산을 매매하면 최대 10배가 넘는 취득세를 물게 될 전망이다. ‘10·15 주택시장안정화대책’에 따라 수도권 상당수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정부가 가족 간 저가 거래를 일반매매가 아니라 증여로 간주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증여했을 때의 증여취득세는 12%에 달한다.

23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16일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간에 부동산 거래를 했을 때 대가를 지급했더라도 가격이 ‘시가 인정액 대비 현저하게 낮으면’ 증여로 간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가족 간 저가 거래에 대해 시가와 차이가 나는 부분에 증여세를 물린다. 이번 개정안은 거래액 전체를 증여로 보고 증여취득세를 부과한다.
일반 부동산 취득세율은 규제 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1~3%(1주택자, 비규제 2주택자 기준)다. 증여취득세는 3.5%로 상대적으로 높다. 세법에서는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이가 30% 이상 나거나 3억원 이상 나면 현저하게 낮은 가격이라고 규정한다.
세무업계에서는 10·15 대책과 맞물려 취득세 폭탄을 맞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 등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조정대상지역 내 부동산에 대해 수증자가 내야 할 증여취득세는 12%로 일반 증여취득세의 세 배에 달한다.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가족 간 매매했을 때 취득세율은 1%, 600만원 정도다. 정부가 이를 증여로 간주하면 내야 할 세금은 7200만원(세율 12%)으로 급증한다.
김성일 리겔세무회계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어쩔 수 없이 증여 혹은 가족 간 매매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규제 지역에 적용되는 증여취득세율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전체 거래금액에 증여취득세를 물리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조세회피 방지와 공정과세를 위한 것으로, 올해 3월부터 별도로 검토해온 내용”이라며 “10·15 부동산 대책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