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한 주 만에 0.50% 올랐다.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규제 강화 전 웃돈을 주고서라도 집을 사려는 ‘막차 타기’ 매수가 몰아친 영향이다. 지난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가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곳에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규제 강화 전 매수세 몰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50% 뛰었다. 2018년 9월 첫째 주에 기록한 0.47%를 넘어 역대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조사 기간은 20일까지 1주일간이다. 그사이에 ‘10·15 대책’ 발표가 끼어 있어 매수 광풍이 분 영향을 받았다. 서울 아파트는 15일 하루에만 717건(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의 매매가 이뤄졌다. 14일에도 488건에 달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 강화로 대출 한도가 대폭 줄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막혔다”며 “한동안 집을 사고팔기 어려워져 그 전에 수요자가 급하게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서초보다 집값이 낮고 규제를 덜 받던 인기 지역이 이번에 급등했다. 광진구는 1.29% 올랐다. 추석 연휴 직전의 역대 최고 기록(0.65%)을 뛰어넘었다. 성동(1.25%), 강동(1.12%), 양천(0.96%), 송파(0.93%), 중(0.93%), 마포(0.92%) 등도 오름폭이 컸다. 경기에서도 서울과 똑같은 규제를 받는 성남 분당(1.78%), 과천(1.48%), 광명(0.76%), 하남(0.63%), 안양 동안(0.55%) 등에 막판 매수세가 몰렸다.
16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와 20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을 앞두고 신고가도 속출했다. 2000년 준공한 마포구 ‘마포쌍용황금’ 전용면적 144㎡는 15일 18억원에 손바뀜해 지난 6월(14억2000만원)보다 3억8000만원 뛰었다.
강서구 ‘우장산 힐스테이트’ 전용 84㎡는 18일 16억원에 거래돼 1억6000만원 올랐다. 성남 분당의 ‘상록마을 우성’ 전용 129㎡도 15일 27억원에 팔려 보름 만에 2억1000만원 상승했다.
◇연말까지 거래 침체 전망
전문가들은 “규제가 워낙 강력해 당분간 집값이 보합이나 약보합 추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연말까지 거래 공백이 예상된다”며 “다음달 중하순이면 강남 일부를 제외하고 집값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 직격탄을 맞은 10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부분인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 등 외곽은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량은 16일부터 확연히 줄어드는 등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6~22일 1주일간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는 349건이었다. 규제 시행 직전 1주일간(9~15일) 2371건과 비교해 8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성남 분당은 129건에서 8건으로 줄었다. 계약 한 달 이내에만 신고하면 돼 거래량은 바뀔 수 있지만 수요자가 관망세를 보인다는 진단이 나온다. 황규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규제 지역 내 투자 수요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집값 눌림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수도권 핵심지 집값은 결국 오른다는 믿음과 그동안 겪은 학습효과로 인해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집값 상승 기대가 여전해 무주택자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안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