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가 적용되고 실거주 의무도 없는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오피스텔과 빌라에 대해서는 LTV 70%를 유지하기로 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LTV를 40%로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아파트에 대해서는 이틀 만에 기존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다.
아파트 시장이 규제로 직격탄을 맞자, 이를 피해간 비아파트가 대체 상품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오피스텔 가격은 이미 상승 흐름을 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올해 3분기 0.11% 상승하며 반등했다. 전세의 월세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임차 수요는 늘고 임대 수익률도 연초 4.90%에서 9월 기준 4.97%로 높아졌다. 전용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5.26%에 달한다.
특히 광화문·여의도 등 중심업무지구(CBD) 인근 오피스텔에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 종로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파트 대출이 막히자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 문의가 늘었다"며 "공실 부담이 적고 임차 수요가 안정적인 지역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로 아파트 매입이 어려워지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빌라도 대체 선택지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도심 주변 노후 저층 주거지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기대감도 겹쳐 중장기 투자 수요까지 유입되고 있다. 당장 아파트 매수는 어렵지만, 재개발을 거쳐 새 아파트가 될 유망주는 쉽게 살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주류가 아파트인 만큼,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비아파트는 거래 회전율이 낮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아파트 풍선효과가 오래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핵심지 매수를 원하는 이들에게 빌라와 오피스텔이 대체 상품으로 부각될 수 있다"면서도 "무주택자가 빌라를 매입하면 대출과 청약 기회가 제한되고 이후 매도에 나서더라도 매수층이 제한적이라 매도 시점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