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모든 지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집값이 너무 튀어 오르자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실수요자들은 규제지역의 '풍선 효과'가 기대되는 곳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있었습니다. 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 풍선 효과를 찾는 이른바 '색칠 놀이'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풍선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의정부시, 구리시, 남양주시, 부천시, 안양시 만안구, 군포시, 화성시, 용인시 기흥구 등입니다.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만큼 자금이 이들 지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단 기대감이 시장에 형성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일부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들 지역 집값을 밀어 올릴 만큼 강력한 흐름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규제지역과 인접한 비규제지역으로 일정 부분의 풍선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수요자 중심의 이동만 있을 것이다. 과거처럼 규제의 수혜를 받을 만큼 강력하진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풍선효과가 기대되는 지역도 가려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군포, 화성 등은 그래도 풍선 효과가 기대되겠지만 의정부 등은 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히려 지금 잘못 진입했다간 상당 기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속칭 '물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 연구원은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규제지역을 지정했던 순서를 보면 거의 마지막께 동두천, 파주 등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며 "당시 규제지역 지정 전 매수했던 실수요자들은 현재까지도 자금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선 비규제지역으로 남아있지만, 풍선효과로 시장이 들썩이면 충분히 핀셋규제를 통해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과거 동 단위로 묶었던 것과는 달리 규제에 들어가면 구 혹은 시 단위 등 광역적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습니다.

되려 이들 지역에 관심이 커졌을 때 정리하고 오히려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을 눈 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과거에도 규제지역은 '정부가 찍어준 투자처'라고 꼽혀왔습니다. 일각에선 '정반꿀(정부가 하라는 것 반대로만 하면 이익(꿀)을 본다는 뜻)'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보현 연구원은 "되려 현시점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지역으로 들어올 때라고 본다"며 "현재 대출은 15억원을 기준으로 정해졌는데 규제 지역 내 있는 15억원 이하 매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15억원에 수렴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그간 마포·용산·성동구, 강남 3구, 용산구 등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움직였다면 이제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이들보다 한 단계 아래 급지가 움직일 것"이라면서 "다만 상승 속도는 완만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와 달리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에 풍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금처럼 풍선효과 기대감에 관심이 커졌을 때 이들 지역을 매도하고 규제지역으로 상급지 갈아타기에 나서는 것도 적절한 판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정부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결국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단기간 거래와 가격 과열은 막을 수 있겠지만 규제 지역에서 해제됐을 땐 이전보다 더 큰 상승이 올 수도 있어서입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시장에서는 호가만 남고, 거래 기준점이 사라져 평가가 불가능한 '가격 블랙아웃' 상태가 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급등을 막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의 붕괴와 자산 가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거래 단절은 '자산 불평등'을 구조화시킬 수 있다. 자산 이동성이 있는 상층은 시세차익을 누리고, 중산층 이하는 시장 진입 자체가 봉쇄돼 자산 불평등은 더 심화할 것"이라면서 "규제지역이 해제된 이후엔 집값이 더 가파르게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