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강력한 규제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며 숨 고르기 장세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가 대폭 강화된 성동·마포·광진구 등 한강 벨트 지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은 일시적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대차 시장에선 전세 물건 감소 등에 월세까지 뛰며 주거비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강 벨트 일시적으로 조정받을 것"
정부는 15일 서울 25개 자치구와 한강 이남의 경기도 12곳 등 총 37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고 금융 규제까지 더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마포구 성동구 광진구 등 한강 벨트는 물론 경기권 아파트값을 주도한 과천, 성남, 용인, 수원 등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 일부 매물이 나오면서 아파트값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인기 주거지가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에 풍선 효과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 장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을 두고 "자산 배분의 방향을 바꾸는 정책 신호"라고 해석했다. 양 위원은 "단순한 부동산 안정 대책이 아니라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에서 배제하고 금융시장으로 유동성을 이동시키는 구조적 전환 정책"이라며 "이젠 부동산으로 돈 벌지 말라는 정책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강력한 정부 규제에 '거래 단절'이 이뤄지면서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양 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자산가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강남권과 용산구 성동구 등 고급 주거지만 가격이 오르는 초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1주택자의 갈아타기도 어려워져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 증가와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LTV(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수도권 1주택자의 갈아타기와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위축되면서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매매·대출·청약 등의 통합 규제책을 내놓은 만큼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수요는 차단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김 위원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전면 차단하는 등 강도 높은 전방위적 규제로 과열된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 불안 우려도 나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매매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역대급 초강력 대책을 내놔 거래가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며 "전세는 신규 진입 수요까지 더해져 공급이 크게 부족해지고,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에 대한 신호도 같이 줘야 한다"며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비주택 용지 일부를 주택 용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추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도 공급 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정부가 지난 9·7 대책(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얘기했던 공급 대책의 속도와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무주택 가구가 생애 첫 주택 살 때 지원하는 정책 등을 좀 더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오면서 주택 한 채를 갖고 싶어 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수요 억제책은 장기적으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집값에 따라 대출 한도가 일부 줄어들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규제 지역 확대로 매물이 잠기고,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물건 회전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월세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주거비 상승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락/임근호/오유림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