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1년 만에 16억 올랐어요"…'신흥 부촌' 노리는 동네

2025.10.10 13:19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개포동과 대치동 주요 단지들의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강남 일대 주택 시장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5단지'는 최근 강남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은 약 6만5173㎡ 부지에 용적률 299%를 적용해 지하 4층~지상 35층 14개 동, 1279가구 규모 '개포써밋187'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앞서 조합은 202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지난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은 연내 이주를 시작하고 내년 중으로 철거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7년 상반기 착공과 분양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이어 개포주공 6·7단지와 경우현(경남, 우성3차, 현대1차) 등도 잇따라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관리처분 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개포주공6·7단지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 가동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신통기획 1.0에서 평균 18.5년이던 정비사업 소요 기간을 13년으로 줄인 데 이어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회의를 생략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12년까지 단축하기로 했다. 개포주공6·7단지를 비롯해 관리처분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 내 70여개 단지의 재건축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가 기대된다.

인근 대치동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최고 49층 재건축안이 확정되면서 대장주 위상을 다시금 확인했다. 은마와 함께 우선미(우성, 선경, 미도)로 묶이는 대단지들 역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치동 역시 대규모 재건축 물량이 예고된 셈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강남은 공급 절벽이나 마찬가지다. 신규 택지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물량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 외에는 신규 물량이 나올 수 없는 만큼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집값도 탄력이 붙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개포동의 A 공인중개 관계자는 "개포주공7단지는 올해 초 28억원이던 전용면적 73㎡가 반년 만에 36억원을 넘어섰다"며 "통상 재건축 속도가 빠르면 가격이 오르긴 하지만, 강남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없다 보니 더 가파르게 오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치동 B 공인중개 관계자도 "지난해 26억원이던 은마 전용 84㎡가 현재는 42억원"이라며 "아직은 규제 여파로 거래가 뜸하지만,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우선미 가격도 재차 고공행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개포동과 대치동은 강남구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9월까지 10.7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인 5.53%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강남구 집값은 대치·개포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주택 노후화로 인해 한때 '가성비 강남'이라 불리던 양재천 라인이 재건축 흐름을 타고 재차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재천을 따라 이어진 단지들이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강남에서도 쾌적한 주거환경과 자연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신흥 부촌'으로 재조명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가 투자 가치는 더 높지만, 일대 교통 체증 등을 감안하면 정주 여건 측면에서는 양재천 라인을 선호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며 "장기적인 주거 환경 개선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개포동과 대치동이 신흥 부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오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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