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34주째 상승했다. 정부의 9·7 공급 대책 발표에도 오름폭을 더 키웠다. 준공 30년 안팎 지난 재건축 추진 단지나 대단지·역세권 등 선호 단지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활발했다. 추석 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수요자들이 규제 강화 전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0.19% 올랐다. 지난주(0.12% 상승)에 이어 3주 연속으로 오름폭을 확대했다. 자치구별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동구(0.59%)다. 지난 6월 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 발표 뒤 성동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99%까지 치솟았다. 이후 0.15%(8월 셋째주)까지 떨어진 뒤 5주째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신고가 조회 플랫폼 ‘집캅’에 따르면 지난주(22일 기준) 성동구 내 11개 단지가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주 6개 단지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성수동 ‘서울숲 아이파크 리버포레’ 전용면적 59㎡는 지난 20일 29억80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지난 8월 기록한 전고점(28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더 올랐다. 정부의 대출 규제책이 나온 6월 거래 가격보다도 3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1996년 준공된 응봉동 '신동아' 전용 76㎡는 지난 16일 전고점보다 8000만원 오른 10억7000만원(10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1994년 준공된 성수동 '현대그린' 전용 56㎡는 지난 17일 12억5000만원(9층)에 손바뀜했다. 전고점보다 3000만원 뛰었다.

마포구(0.28%→0.43%)와 광진구(0.25%→0.35%)도 전주 대비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마포구는 성산·공덕동, 광진구는 자양·광장동 학군지 등 인기 지역 위주로 거래가 활발했다.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 전용 84㎡는 지난 16일 22억원(7층)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영등포구(0.24%)에서는 신길동 역세권 위주로 ‘포레나 신길’ 등 6개 단지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는 "정부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집주인들이 전세 관련, 세금 규제 등이 나올까 눈치를 봤지만 막상 6·27 대책, 9·7 대책에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자 집값이 오를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의 6억원 이하 대출 규제 이후 전반적인 수요가 줄었지만, 일부 투자자 등이 포모(FOMO·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에 시달려 '패닉 바잉'에 나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