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돈이면 작년에 잠실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성동구 부동산 시장은 지금 불장이다."(서울 성동구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서울 성동구 집값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치솟기 시작한 집값은 옥수동, 금호동을 넘어 왕십리동, 행당동 등 성동구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시장에서 "추석 전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규제 전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옥수파크힐스 101동~116동' 전용면적 59㎡는 지난 13일 22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최고가보다 1억3000만원 뛴 신고가다. 이 면적대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17억2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8달 만에 5억원이 넘게 뛰었다.
같은 동에 있는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면적 59㎡도 지난 18일 20억원에 팔렸다. 지난 7월 기록한 19억8000만원보다 2000만원 더 오른 최고가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5억3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옥수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 84㎡는 이미 28억원에 거래됐단 얘기도 돌고 있다"며 "옥수동 일대에선 '다음 규제 지역이 성동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 막차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열기는 금호동, 행당동, 왕십리동 등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금호동1가에 있는 '이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 전용 84㎡는 지난 19일 23억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기록한 21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더 뛰었다. 금호동2가에 있는 '신금호파크자이' 전용 84㎡도 지난 1일 20억7000만원에 손바뀜해 직전보다 1억6000만원이 올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상왕십리동 '텐즈힐(2단지)' 전용 84㎡는 지난 2일 18억1000만원으로 최고가를, 하왕십리동에 있는 '센트라스' 전용 84㎡도 지난 13일 21억4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는 지난 14일 25억3000만원에 거래가 맺어지면서 기존보다 3000만원 더 올라 신고가를 찍었고, 같은 동 '서울숲더샵' 전용 92㎡는 지난 7일 21억9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호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큰손'들도 송파보다 가격 부담이 덜한 성동구에 관심이 많다"며 "일부는 계좌가 나오면 집을 보지도 않고 일단 계약금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집주인들이 많아 계좌가 나오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치솟다 보니 일부러 세를 안고 사는 '갭투자'도 활발하다는 전언이다.
금호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세 계약이 갱신될 때는 돈을 내줘야겠지만 당장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일단 세를 안고 집을 사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며 "꼭 2021년 집값이 급등할 때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성동구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먼저 규제 이후 강남 3구와 용산구로 갈 수요가 성동구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기다리면서 강남권 진입을 기다리고 있던 실수요자들 가운데 토허제가 연장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남 3구와 용산구 다음 급지인 성동구로 수요가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규제 이후 시장에서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는 가격 구간을 넓게 잡으면 10억~25억원 구간인데 이 구간에 들어맞는 곳이 성동구"라고 부연했다.

당분간은 이런 분위기를 쉽사리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익명의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만 놓고 보면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데 반해 수요는 많은 상황"이라면서 "성동구는 2급지에 속하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하다. 집값이 꺾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대출 규제가 나오면 최소 6개월은 효과가 있었는데 학습 효과 때문인지 이번 대출 규제 이후엔 2달 만에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온다고 해서 시장이 얼마나 눌릴지, 정부 정책에 얼마나 정상화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성동구 집값은 올해 들어 10.5% 급등했다. 지난해 상승률인 8.12%를 이미 뛰어넘었다. 성동구 주간 매매변동률은 6·27 대책 이후 계속 둔화했지만, 이달 초를 기준으로 다시 반등,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0.41% 올랐다.
거래량도 회복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성동구 거래량은 지난 6월 742건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7월 102건으로 급감했지만, 8월 205건으로 7월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달 말까지가 신고 기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