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조합이 첫 삽을 뜬다. 국내 정비업계 최초로 ‘나무 아파트’로 재개발을 추진 중이어서 관심을 끈다. 목재로 지은 집은 기존 철근콘크리트(RC) 단지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은 데다 공기(공사 기간)를 단축하고 안전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조합은 24일 착공식을 연다. 종암동 81의 188 일대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13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18가구의 바닥과 벽면을 공학 목재인 ‘매스팀버’로 짓는다. 목조 물량은 두 개 동에 걸쳐 조성된다. A동(4~11층·8가구)과 B동(4~13층·10가구)의 특정 호수를 모두 목재로 구성하는 식이다.
조합은 사업시행인가 단계까지만 해도 RC 방식을 추진했다. 2022년 광주의 아파트 붕괴 사고가 전환점이 됐다. 더 안전한 시공 방법을 고민하다가 목조주택을 알게 된 것이다. 이원형 조합장은 “목조는 대부분의 작업이 공장에서 이뤄지고 현장에선 스크루 작업 정도만 하면 된다”며 “RC 방식에 비해 안전관리 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공기도 30%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친화적인 소재도 장점이다. 조합에 따르면 18가구를 RC(5130t)가 아닌 목구조(1062t)로 지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9.3%(4068t) 줄일 수 있다. 차량 2만여 대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때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다. 일각에서는 견고함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다. 강도와 내연성이 실험적으로 입증된 CLT(교차적층목재)를 활용하는 만큼 안전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합이 중간에 사업 방향을 바꾸게 된 만큼 RC와 목조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단지를 추진하게 됐다. 조합 관계자는 “RC 아파트에 비해 총비용이 5~10% 더 들지만, 모든 물량을 목조로 시공한다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2027년 상반기 100여 가구를 일반에 분양하고 2028년 6월 준공할 예정이다. 설계사는 간삼건축이고, 시공은 보미건설이 맡는다. 한미글로벌은 건설사업관리(CM) 업체로 참여한다. 총 11개 평면에 복층, 세대구분형,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콘셉트가 적용된다. 개운초, 개운산공원, 수도권 지하철 4호선 길음역, 내부순환도로 등이 가깝다.
이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