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과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으로 강남권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가운데, 강남 접근성이 우수한 1기 신도시 분당이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1단지금호' 전용면적 164㎡는 지난 12일 29억5000만원(12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인 지난 5월 25억9500만원(24층)보다 3억5500만원 오른 액수다. 인근 '시범단지우성' 전용 64㎡도 직전 거래보다 1억3000만원 오른 15억3000만원(13층)에 팔려 신고가를 썼다.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은 단지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정부가 향후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도 선도지구와 같이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여파다. 이달 분당에서 발생한 신고가 거래만 49건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았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분당구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매매 건수는 5월 792건에서 8월 1562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가 6월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일선 현장 관계자들은 서울에서 막힌 수요가 규제 공백 지역인 분당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분당의 A 공인중개 관계자는 "6·27 대책으로 서울에서는 거래가 뚝 끊겼다는데, 분당은 그렇지 않다"며 "아직 규제 지역 지정이 되지 않아서인지 실수요자, 서울 사람, 지방 사람 가릴 것 없이 연락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수요층도 다양하다. 분당에서 집합건물을 매수한 서울 거주자는 5월 106명에서 8월 191명으로 늘었고, 지방 거주자도 같은 기간 31명에서 6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분당 내에서 갈아타기 수요도 418명에서 808명으로 늘었다.
강남 접근성이 우수한데다 재건축이 확정적이라는 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 분당은 지하철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정부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1기 신도시 재건축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9·7 공급대책을 통해서는 기존 공모 방식을 주민 제안으로 전환해 속도를 높이고, 2030년까지 총 6만3000가구를 착공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중장기적 공급 기반 확충과 노후 주거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1기 신도시 중에 사업성이 우수한 분당으로 수요가 몰리며 집값 강세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