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 방안인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내놓는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부동산 대책)이 공공 주도인 데다 서울 물량이 적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란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인허가 단축 등 사업 추진 속도뿐 아니라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통 시즌2’로 공급 확대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공급 확대 방안을 추석 연휴 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달 초 “압도적 속도와 규모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핵심은 민간사업 활성화다. 서울에서 더 이상 ‘빈 땅’을 찾기 힘든 만큼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아파트 중 정비사업 비중이 78.5%에 달했다. 서울시는 2021년 초기 정비구역 지정을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도입해 연평균 정비구역 지정 물량이 2012~2020년 12곳에서 2021년 이후 36곳으로 늘었다.
이번 대책에선 정비구역 지정 이후 인허가 단계를 신속히 처리해 준공 시기를 앞당기는 게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등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들 과정은 인허가권자가 시장이 아니라 구청장이어서 ‘구청의 시간’으로 불려왔다. 신속통합기획 시즌2에는 처리기한제를 모든 단계로 확대하고, 각종 행정절차를 통합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단계별 처리 시한이 늘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평균 18년6개월에서 13년으로 5년6개월 앞당기는 대책을 내놨다. 이번에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안팎으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와 철거, 시공, 조합원 동의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행정절차”라며 “40개에 달하는 정비사업 세부 공정을 간소화하고 병행 처리하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행정절차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대책에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구청에서 사업시행 인가 등 행정절차를 60일 이내 처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페널티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했다.
◇용적률 상향·인센티브 필요
서울시는 조정자 역할에도 적극 나선다. 재건축·재개발이 지연되는 건 ‘주민의 시간’으로 불리는 정비계획을 둘러싼 조합 내부 갈등, 공사비 상승과 관련한 조합과 시공사 간 마찰 등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서울시는 ‘공정촉진책임관’ ‘갈등관리책임관’ 등을 둬 중재 역할도 강화할 방침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사업 속도 하위 25% 정비사업장이 조합 설립부터 사업시행 인가를 받는 데까지 평균 15년 걸린다.
업계에서는 사업성 향상이 공급의 핵심 변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부담 완화 같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자문위원은 “30~40대 실수요자가 적정금액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반 시설 등 공공기여 부담을 줄이고 정비사업 대출을 원활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용적률을 올려줘도 소셜믹스와 임대물량으로 가져가게 되면 조합 입장에서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며 “임대주택 인수가격 현실화, 공공기여 부담 완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혁/강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