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33주째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주 크게 올랐던 성동·광진구는 이번주에도 상승폭을 더 키웠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자 일부 수요자가 규제 강화 전에 거래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0.12% 올랐다. 지난주(0.09% 상승)에 이어 2주 연속으로 오름폭을 확대한 것으로, 지난달 둘째주 이후 5주 만에 상승률이 0.10%를 넘어섰다.

자치구별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동구(0.41%)였다. 지난 6월 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성동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99%까지 치솟았다. 이후 0.15%(8월 셋째주)까지 떨어진 뒤 4주째 상승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
신고가 조회 플랫폼 ‘집캅’에 따르면 일주일 사이 성동구 내 6개 단지가 신고가를 새로 썼다. 금호동 ‘금호자이 1차’ 전용면적 59㎡는 지난 9일 15억80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지난 6월 기록한 전고점(15억3000만원)보다 5000만원 더 올랐다.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는 지난 14일 전고점보다 2000만원 오른 25억3000만원(30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단지 인근 A공인중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매수하고 싶다는 수요자가 늘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나온 매물에 10명 이상 몰려들면서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마포구(0.28%)와 광진구(0.25%)도 상승세가 뚜렷했다. 2022년 입주한 아현동 ‘마포더클래시’ 전용 59㎡는 지난 10일 19억8000만원(20층)에 팔렸다. 창전동 ‘신촌태영데시앙’ 등 5개 단지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마포구 B공인중개 관계자는 “거래량과 매물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일부 거래에서 상승 거래가 나오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거래 과정에서 가격이 조정될 것을 감안하고 다소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 준비위원회를 꾸린 광진구 광장동 ‘광장현대 5단지’ 전용 59㎡는 지난 9일 15억5000만원(12층)에 계약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와 비교해 규제에서 자유로운 마포·성동·광진 등으로 수요가 옮겨왔다고 평가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향후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 대한 우려로 수요 당김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지역의 매도자가 강남 3구 및 용산구 매수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이전에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가 먼저 적용될 수 있다”며 “규제 확대 이전에 수요자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파구(0.19%), 양천구(0.19%), 중구(0.18%) 등도 상승률이 높은 편이었다. 은평·중랑구(0.00%)를 제외한 서울 23개 자치구가 집값이 올랐다. 부동산원은 주거 환경이 잘 갖춰진 역세권과 학군지 위주로 상승 계약이 체결되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주(0.07%)와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 송파구(0.21%), 강동구(0.16%), 성동구(0.10%) 등 순으로 높았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모두 일주일 전보다 0.04% 올랐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