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신규 분양 아파트의 단기 ‘완판’(100% 판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새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점점 커지면서 외곽이나 소규모 아파트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기존 아파트 매수가 여의찮아지자 비교적 대금을 장기간에 나눠 낼 수 있는 청약의 이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등포 단지 5일 만에 ‘완판’

17일 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가 이달 내 완판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건설이 대조1구역을 재개발해 지상 25층, 2451가구(일반분양 483가구)로 짓는 프로젝트다. 강북인데도 분양가가 3.3㎡당 4500만원대에 달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이 단지에 20가구의 미분양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잔여 물량 계약에 속도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구 고척동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총 983가구)도 100% 분양됐다. 외곽 지역인데도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최고 12억원대에 달해 “비싸다”는 반응이 나온 단지다. 6월 계약에 나선 뒤 단기간 완판 대열에 합류했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역세권인 영등포구 영등포동5가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659가구)는 계약 5일 만인 지난달 2일 계약률 100%를 달성했다. 평균 191 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다.
성동구 성수동1가 ‘오티에르 포레’(287가구)와 강동구 상일동 ‘고덕강일 대성베르힐’(613가구)도 최근 완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티에르 포레는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서울 첫 분양 단지였다. 대성베르힐은 고덕강일지구의 마지막 민간분양 단지여서 일찌감치 주목을 끌었다. 소규모 아파트도 선방하고 있다. 두 동짜리인 동대문구 제기동 ‘제기동역 아이파크’(351가구)도 조만간 완판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전용 59㎡ 1가구의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정식 계약 절차가 끝나지 않은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1865가구)과 경기 과천 ‘디에이치 아델스타’(880가구)도 조기 완판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당·서초·신길 분양 ‘관심’
갈수록 서울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최근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대책)을 내놨지만, 공공의 역할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울 선호 지역은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도 서울 청약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연내 서울에서 동작구 사당동 ‘힐스테이트 이수역센트럴’(927가구),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2054가구),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1161가구), 관악구 신림동 ‘신림2구역’(1487가구) 등이 분양을 계획 중이다.
정부가 앞서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6·27 대책)을 통해 대출 문턱을 높인 것도 청약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여 기존 아파트 매수가 힘들어져서다. 청약 당첨 이후 잔금대출도 6억원 한도가 적용되지만, 잔금을 치르기까지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청약 수요가 커지면서 지난달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2637만3269명)는 5개월 만에 반등했다. 그러나 청약 당첨 확률 하락 속에 가입 기간 6개월 미만 가입자가 계속 줄어드는 등 가점이 낮은 청년층은 이탈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