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와 성동구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으면서 현재 비규제지역인 곳들이 규제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다음엔 더 센 규제가 나온다는데 규제지역이 되기 전 집을 매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은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중 청약경쟁률, 집값, 주택보급률 등을 함께 고려해 선정됩니다. 통산 조정대상지역은 물가상승률의 1.3배, 투기과열지구는 1.5배를 넘으면 정량 요건을 충족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첫 대책을 발표한 6월 이후 7월까지 한 달간 서울시 소비자 물가 지수는 0.23%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죠. 성동구 집값은 이 기간 2.07% 상승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8.85% 상승했습니다. 마포구는 집값이 1.36% 뛰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5.83% 뛰었습니다.
또한 서울에서 △영등포구 5.75배 △양천구 5.37배 △강동구 3.75배 △동작구 3.48배 △중구 2.25배 △서대문구 2.03배 △노원구 1.92배 △종로구 1.86배 △강서구 1.79배 △구로구 1.66배 등 대부분의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정량 요건에 충족했습니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조정대상지역 조건에 충족하지 않는 곳은 △은평구 1.15배 △중랑구 0.94배 △금천구 0.94배 △도봉구 0.81배 △강북구 0.81배 등 5곳 밖엔 없습니다.
물론 정량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규제 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커뮤니티의 누리꾼은 "처음엔 대출 규제, 다음엔 공급 대책이 나왔으니 다음에 나올 대책은 강력한 규제가 되지 않겠느냐, 다음에 규제가 나오면 서울에서 갈 수 있는 곳은 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 역시 "6월 규제 이후 매수를 고민했는데 더 고민하다간 사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성동구나 마포구는 집값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현재는 수요 쏠림 현상이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성동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지난 6·27 규제와 함께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되면서 대출이 어려워지기 전에 매수에 나서겠다는 '막차 수요'가 몰린 이후엔 생각보다 조용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강벨트 다음 급지로 꼽히는 강동구, 동작구 등에선 여전히 신고가가 나오는 등 수요가 남아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5억4000만원에 손바뀜해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구 둔촌동에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7월 전용 84㎡ 29억8400만원 거래)에 이어 강동구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금액입니다.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흑석한강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 7월 21억3000만원에 거래돼 6월 규제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강동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역에서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단지가 가격이 빠르게 오른 후 주변에 있는 단지로 확산하고 있다"며 "대출 규제 이후 고민하던 일부 실수요자들이 매매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계약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한편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지난 7월과 8월에 각각 전체 매매 건의 56%, 53%가 대책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7월 1.65%, 8월 1.26% 등으로 대책 이후에도 매달 1%가 넘는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거래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은 6월 1만913건에서 7월 3941건, 8월 3519건으로 급감했습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6·27 대책 이후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 급감과 가격 양극화라는 두 가지 특징을 보였다"며 "거래량은 전국적으로 줄었지만, 서울은 여전히 상승 거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국지적 강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