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대출 규제로 아파트 입주를 위한 자금 조달 여건은 악화했지만,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이달 아파트 입주전망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 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월 아파트 입주전망지수가 82.0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지난달보다 6.3포인트 오른 수치다.
입주전망지수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잔금을 내고 입주할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지표다. 100 이하면 입주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100 이상이면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분양이 줄고,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시행 등에 따른 공사 지연과 공사비 상승으로 공급이 축소될 우려 등에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서울의 입주전망지수는 102.7로, 지난달보다 26.4포인트 급등했다. 인천(82.1)은 11.8포인트, 경기(88.2)는 6.4포인트 올랐다.
주산연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후 주택 거래량이 줄었으나 매매가는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며 "주택 수요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부정적 입주 전망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대 광역시에서는 울산(78.5→91.6), 광주(78.5→85.7), 대구(80.0→85.7)가 상승했다. 부산(77.7→61.1)과 대전(91.6→85.7)은 하락했다.
세종(75.0→81.8)은 6.8포인트 상승했다.
8개 도에서는 대부분 지역이 상승했으나 강원(70.0→62.5), 경북(81.8→80.0)은 하락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전달 대비 3.5%포인트 상승한 67.4%로 조사됐다. 수도권(82.0%)이 대출 규제 영향으로 1.4%포인트 하락했지만, 5대 광역시(64.9%)는 4.1%포인트, 기타 지역(63.8%)은 5.0%포인트 상승했다.
미입주 원인은 기존 주택 매각 지연(34.6%), 잔금대출 미확보(30.8%), 세입자 미확보(23.1%), 분양권 매도 지연(5.8%) 등의 순이었다.
주산연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축소 및 전세대출 한도 관리 등이 포함돼 앞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 여건 악화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