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이 순항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자 가격도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분과위원회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기존 최고 14층·4424가구에서 최고 49층·5893가구로 탈바꿈한다. 2023년 최고 35층으로 정비계획이 결정됐는데, 3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되고 역세권 특례가 적용되면서 49층으로 변경됐다.
장기간 공전을 거듭하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실거래가도 상승세다. 은마는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주민 갈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기대감을 높이고 2017년에는 49층 정비계획안까지 마련했지만, 당시 서울시의 '35층 룰'에 가로막혀 심의조차 받지 못하면서 사업이 좌초 위기를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2023년 조합 설립에 성공했지만, 이후로도 주민 갈등이 이어지면서 사업이 멈추길 반복했다. 지난해 8월 법원의 판결을 받고, 일부 조합원을 제명한 이후에야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사업이 부침을 겪던 지난해 24억5000만원(1층)까지 내려갔던 전용면적 84㎡ 실거래가는 이후 상승을 거듭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84㎡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 7월 체결된 40억6000만원(3층)이다. 현장에서는 재건축이 순항하며 가격이 재차 오르고 있다. 단지 내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전용 84㎡ 실거래가격이 42억원(5층)까지 올랐다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다소 하락했다"면서도 "현재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42억원 수준으로 다시 높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마지막 거래가 29억원이었는데, 지금은 40억원이니 규제를 감안하더라도 올해에만 10억원은 오른 셈"이라며 "호가와 실거래가가 상승하면 재건축에도 탄력을 받고,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주변 아파트 가격도 따라 오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은마아파트는 시공사 선정과정도 생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추진위 시절인 2002년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조합 설립 이전의 시공사 계약은 효력이 없지만, 2023년 대법원은 "조합 설립 후 총회에서 추인하면 추진위원회 단계의 시공사 선정도 유효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은마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 총회에서 기존 시공사를 다시 확정해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시공사 선정 과정을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유찰되거나 이의제기, 가처분 소송 등으로 사업이 표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절차를 생략한다면 재건축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에 조합원 여론에 따라 입찰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마에 역세권 특례가 적용되면서 공공임대주택(231가구)과 공공분양주택(182가구)을 추가 공급하게 된다. 재건축 후 은마는 전체 5893가구 가운데 1090가구가 공공임대·분양 등 공공주택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일반분양가는 3.3㎡당 8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전용 84㎡ 기준 27억원, 전용 59㎡는 20억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