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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요" 대기업 직원들 '발동동'…마곡에 무슨 일이

2025.08.26 13:39
"회사가 마곡으로 옮기게 돼 인근에서 집을 찾고 있는데요.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집이 많지 않더라고요. 마곡에 집을 구해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하려고 했지만, 범위를 조금 더 넓혀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찾으려 합니다."(하반기 마곡으로 입주를 앞둔 한 대기업 직원 30대 박모씨)

서울 강서구 마곡동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대기업들 본사가 마곡으로 이전을 앞두면서다. 당장 인근에서 전·월세를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임대차 물건이 많지 않아서다. 기업 이전 기대감이 있지만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대출 규제로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탓이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강서구 마곡동으로 대기업 본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DL그룹 모든 계열사가 마곡에 모인다. 이달 DL이앤씨를 시작으로 DL케이칼 등이 차례대로 마곡지구 오피스 빌딩인 '원그로브'로 본사를 이전한다.

이랜드그룹도 9월까지 '마곡 글로벌 R&D센터'로 그룹 계열사 본사 이전을 마무리한다. 이미 이랜드건설, 이노플, 파크 등은 입주했고 의류 제조사업을 하는 이랜드월드와 리테일, 이츠 등도 이사를 온다. 대명소노그룹은 내년 상반기 본사를 이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을 비롯해 지주 소노인터내셔널, 소노스퀘어 등 곳곳에 분산된 주요 계열사가 모인다.


앞서 마곡 집값은 다른 대기업들의 이전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이미 마곡엔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각종 바이오 기업들이 들어왔고, 이화여대 서울병원, NC백화점 등 주변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업들이 이전하면서 거주 수요가 늘어났지만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전·월세 물량은 많지 않다.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 바로 앞에 있는 '마곡엠벨리(14단지)'는 1270가구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전세 물건이 단 한 건도 없다. 월세는 단 하나다. 바로 옆에 있는 '마곡엠벨리(15단지)'도 1171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지만 전세 물건이 3건, 월세는 1건만 있다. '마곡엠밸리12단지'엔 전세 2건, '마곡엠밸리11단지'엔 전세 1건 등이다.

마곡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주변에 대기업들이 많다 보니 괜찮은 전·월세 물건은 나오자마자 바로 빠지는 편"이라면서 "지난 6월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로 전세 대출도 받기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돌면서 그렇지 않아도 잘 안 빠지는 전·월세 물건들이 더 잠겼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실수요자들은 마곡과 가까운 내발산동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여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발산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마곡도 마곡이지만 내발산동, 등촌동, 화곡동 등도 전·월세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 "사실상 집을 골라서 들어갈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당장 입주를 할 수 있는 전·월세 물건은 더 찾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대기업들이 옮겨오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도 크지 않다. 마곡동에서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집값이 가장 높은 곳은 '마곡엔밸리7단지'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6월 18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동 '마곡엠벨리(14단지)'와 '마곡엠밸리6단지' 전용 84㎡는 지난 6월 각각 16억원에 거래됐다.

마곡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마곡으로 이전해오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히 집값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장 집값이 뛰겠다'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대출 규제 이후 문의도 없고 거래는 더욱 없다"고 설명했다.

마곡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당장 급하게 집을 사기보다는 일단은 전세나 월세로 살면서 마곡동에서 실수요자들의 선호가 높은 단지에서 나오는 급매를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지금 분위기만 보면 급하게 집을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강서구 전·월세 물건은 큰 폭으로 줄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강서구 전세 물건은 464건으로 올해 초 608건 대비 144건(23.68%) 급감했다. 다만 월세는 408건에서 404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거래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2월 863건까지 치솟았던 전세 거래는 지난달 589건으로 급감했고 월세도 지난 6월 773건까지 올랐지만 지난달 518건으로 줄었다. 매매 역시 지난 6월 589건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 239건으로 반토막 수준까지 줄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이송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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