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6·27 대출 규제가 가져온 임대차 시장의 변화

2025.08.21 13:22
지난 6월 27일 발표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시행된 지 50일 이상 지났다. 이번 대책은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이른바 ‘갭 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수도권에서 전면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전·월세 거래 등 임대차 시장 전반에도 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이 금지되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전셋값 급등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6·27 대출 규제’ 시행 전과 이달 초를 비교하면 전국 아파트 전세 물건은 약 7.5%, 월세 물건은 약 3% 줄었다. 전세 매물 감소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갭 투자 방지 규제로 임대인이 직접 거주를 선택하며 전세 공급이 줄었다. 둘째, 거래가 급감해 가구 이동이 줄어 시장 순환이 막혔다. 셋째, 전셋값 상승으로 ‘계약 갱신 청구권’ 사용이 늘어나 신규 매물 공급이 제한됐다.

대책 발표 직후 전셋값 오름폭은 커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세는 약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수요 위축이 만든 결과다. 전세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력을 크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일반 전세대출 보증 한도는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서민형 버팀목 대출은 2억원에서 1억5000만~1억6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전세 대출 금리는 코픽스 금리 하락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한도 축소로 고가 전세뿐 아니라 중저가 전세 계약도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전세 수요 자체가 줄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요 위축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을 빨라지게 했다. 대출 한도 부족으로 전세 계약이 어려운 임차인은 보증금을 낮추고, 반전세나 순수 월세로 옮겨간다. 그 결과 월세 수요가 증가했고, 가격 상승 폭도 커졌다. 지난 6월 기준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이 0.11%에 그쳤지만, 월세는 0.24%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전세가는 보합이나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월세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임차인의 현금 유출 부담을 높이고, 주거비 지출 비중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다.

단기적으로는 대출 규제가 전셋값 급등을 막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차 시장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전세 공급 부족과 월세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부담이 커지고, 가을 이사 시즌을 전후해 전셋값이 재차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주택 공급 확대가 동반되지 않으면 임대차 시장 불안은 언제든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6·27 대출 규제 이후 전세시장은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라는 이중 충격 속에서 가격 급등은 억제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월세시장으로의 수요 이동이 가속하면서 월세 오름세가 뚜렷해지고, 임차인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규제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이번 정부의 대출 규제도 정책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시장 변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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