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현상 확산으로 주택 수요자는 높은 주거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서울 강북 중소형 아파트에서도 월 임차료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액 월세 거래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 전용면적 84㎡ 소유자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7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청량리역 인근인 용두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전용 84㎡는 월세가 340만원(보증금은 4000만원)에 달했다. 20년 넘은 외곽 단지인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에서도 100만원대 월세 계약을 쉽게 볼 수 있다.
강남권 고가 단지로 눈을 돌리면 웬만한 직장인 월급보다 많은 월세 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59㎡는 지난달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했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에서도 지난 6월 800만원 월세(보증금 2억원)가 나왔고, 중대형인 전용 133㎡는 올해 1월 보증금 12억원, 월세 104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입주를 시작한 6월 이후 5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가 17건에 달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에선 전용 84㎡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계약 조건을 기존 보증금 5억원, 월세 190만원에서 보증금 3억원, 월세 270만원으로 바꾼 사례가 나왔다. 앞으로도 이처럼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올리는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정보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6월 117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6월(111만원)에 비해 6만원, 2년 전인 2023년 6월(103만원)보다 14만원 뛰었다.
오피스텔과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월세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보증금 보증 한도가 줄어들자 월세가 뛰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토스에 따르면 6월 서울 오피스텔 평균 월세는 68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6월 60만원대에 진입한 지 4년 만에 70만원을 눈앞에 뒀다.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월세도 3월 54만원에서 6월 57만원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