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집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이 강원 강릉과 전북 익산, 경북 경주 등의 주택(세컨드홈)을 추가로 구매해도 1주택자 특례가 부여된다. 매입형 아파트의 10년 등록임대 제도는 5년 만에 한시적으로 부활한다.

정부는 14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인구감소지역(84곳)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세컨드홈 대상 지역을 강릉 속초 등 인구감소관심지역(9곳)으로 확대한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를 부과할 때 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주택 기준도 공시가격 4억원에서 9억원 이하로 높였다.
매입형 아파트 10년 등록임대는 인구감소지역만 1년간 한시적으로 복원한다. 공공에서 지방 미분양 물량 8000가구를 매입한다. 도입 후 26년 동안 그대로인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은 기존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한다.
지방 '10년 민간임대' 부활…내년까지 미분양 8000가구 매입
'세컨드 홈' 대상지역 9곳 늘려…1주택자 취득세 최대 50% 감면
정부가 지방 건설 시장 회복을 위해 56개에 달하는 종합 대책을 내놨다. 일부 과열을 보이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미분양이 급증하고 건설사가 연쇄 부실화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도입을 주저하던 세제 혜택 등 부동산 수요 진작책이 다수 포함됐다. 매입형 아파트 10년 민간임대를 한시 복원하고 미분양 주택 공공매입 물량도 늘렸다. 그러나 업계에선 전반적으로 기존 혜택을 연장하는 수준의 대책으로는 장기 침체에 빠진 지방 시장을 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지방 미분양 해소 집중
정부가 14일 발표한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의 핵심은 지방 부동산 수요 진작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부터 인구감소지역에 적용되는 ‘세컨드 홈’ 세제 지원이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을 추가 구입해도 1가구 1주택 특례를 부여하고,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한다.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면 양도소득세도 부과하지 않는다. 재산세는 기존 주택에 대해 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한다.
정부는 세컨드 홈 대상 지역을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84곳에서 강릉 경주 통영 등 인구감소관심지역 9곳을 추가한 93곳으로 늘렸다. 또 양도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특례 대상 주택공시가격을 4억원에서 9억원 이하로 완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하반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한다. 인구감소관심지역 중 수도권인 경기 동두천시·포천시와 부산 금정구, 광주 동구 등 지방 광역시 소재 7곳은 시장 과열 우려를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구감소지역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지원도 강화한다. 매입형 아파트 10년 민간임대를 내년 12월 등록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 대책으로 관련 제도를 2020년 폐지한 지 5년 만이다. 등록임대주택은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된다.
이와 함께 1주택자가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면 1가구 1주택 특례 적용 기한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CR)리츠에는 법인 양도소득 추가 과세 배제 혜택을 준다.
공공도 지방 주택 수요를 분담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규모를 기존 3000가구에서 내년에 5000가구 추가해 총 8000가구로 확대한다. 매입 상한가 기준도 감정가의 83%에서 90%로 상향한다.
◇ 전문가 “수요 회복 효과 크지 않을 듯”
정부는 지방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지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프로젝트리츠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허용한다. 브리지론(초기 토지 매입비 대출) 단계인 사업장은 공공이 먼저 투자하는 개발앵커리츠를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 본 PF 단계인 사업장에는 2조원 규모의 중소건설사 대상 특별보증을 신설한다.
또 사업자 개발부담금 감면(수도권 50%, 지방 100%)은 내년 신규 사업까지 연장한다. 지방 영세 건설 현장에는 보증수수료를 내년까지 10% 할인하고, 국유지와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해 청년·서민용 공공주택 3만5000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 경기 회복 없이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불가능한 데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세컨드 홈 세제 특례와 인구감소지역 민간임대 복원, 준공 후 미분양 세제 감면 등 수요 측면 대책과 PF 유동성, 공공매입 확대 등을 모두 담은 것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인프라·일자리 등 생활 기반과 맞물리지 않으면 수요 전환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세제 혜택이 있더라도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 기반이 약화하는 지역은 집값 상승 확신이 약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오상/이인혁/이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