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건설공사비가 57%나 올랐다고 합니다. 올해도 26~35% 수준의 추가 상승이 예상됩니다. 비가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을 중지하고, 무더위에는 야외 작업을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작업이 늦춰지는 만큼 공사 기간은 늘어나고, 공사비도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공사비가 예상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주요 지역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6·27 규제를 시행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주택 공급은 가파른 공사비 상승세에 한층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도 문제입니다. 3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등의 경우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작업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입주까지는 10년 이상 걸립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에서는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을 시간이 필요하기에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공정 지연만 빈번해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대형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서도 구조물 균열과 같은 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당시에도 콘크리트 타설 인력은 비숙련공이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을 짓더라도 층간소음의 불편을 겪어야 합니다. 중량충격음은 주로 콘크리트 벽을 타고 전달되는데, 국내 아파트는 대부분 벽식 구조라 차음재를 사용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공사비 상승 압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하면, 과거에 고급 아파트에만 적용하던 철골구조를 보급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삼성중공업은 철골구조 아파트 '쉐르빌'을 분양하며 라멘식 구조로 공간 변경이 자유롭고 공기가 짧다는 장점을 홍보했습니다. 타워팰리스 1·2도 철골구조로 지어졌습니다.

철골구조는 당시 대형 평형 중심 구조에서 데크플레이트를 활용한 슬라브가 거실 흔들림 문제를 일으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발코니 확장이 기본화됐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며 중·소형 평형 위주로 공급되기에 당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철근콘크리트 방식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기본적으로 라멘구조를 채택하기에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가변형 평면 설계가 용이하기에 아파트로 지었더라도 추후 필요에 따라 오피스나 호텔 등으로 용도를 바꾸기도 유리합니다. 정부의 장수명 아파트 기준에도 부합합니다.
수출 부진으로 재고가 쌓인 국내 철강을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한국은 미국 철강 수출 4위 국가였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내 철강 가격이 하락해도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아파트 건설에 활용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철골구조에서는 구조물 균열 등의 하자를 유발하는 비숙련공 문제도 근원적인 차단이 가능합니다. 철골 접합에는 고도의 숙련도가 요구되기에 비숙련 인력을 투입할 여지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구조적인 하자 발생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강변을 비롯한 초고층 대단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 철골구조를 적극 도입해야 할 시점입니다. 정부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해 철골구조 아파트 보급을 확산하면 건설·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물론, 철강업계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