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외국인 부동산 투기에 칼을 빼 들었다. '6·27 대출 규제' 등으로 내국인은 부동산 투자에 제재가 강해지는 반면 외국인은 외국은행 등에서 자유롭게 대출해 주택을 사들일 수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편법 증여 이용 취득자 16명 △탈루소득 이용 취득자 20명 △임대소득 탈루 혐의자 13명 등 외국인 49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외국인이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에서 시장을 교란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주택 매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0년 126만1000명에서 지난해 265만1000명으로 2.1배 증가했다. 외국인 가구도 같은 기간 21만4000가구에서 63만7000가구로 3배 늘었다. 그만큼 주택 수요가 늘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들은 대부분 비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거주 비율은 12.7%로 일반 가구의 53.1%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대신 단독주택 비율이 60.3%로 비아파트 비율(70.4%)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 주택 보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8만3000가구에서 지난해 10만가구로 20% 늘었다. 주택을 보유한 외국인은 아파트를 더 많이 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 10만216가구 중 6만654가구가 아파트였다. 연립다세대(3만864가구), 단독주택(8698가구)보다 많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등록 외국인이 증가하고 이들 소득이 상승함에 따라 주택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외국인 주택 매입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자국민 보호, 부동산투기 억제, 국가 안보 등을 목적으로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규제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뉴질랜드가 대표적이다. 뉴질랜드는 2018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외국인 주택매입 금지 규제를 시행 중이다. 호주는 지난 4월부터 2027년 3월까지 2년간 외국인의 기존 주택 구입을 금지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주택취득을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에는 인지세 20%를 받는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외국인 주거용 부동산 구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특히 온타리오주는 외국인에게 약 20%의 투기세를 부과한다.
한국 정부와 국회도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 힘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요건을 강화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외국인 부동산 취득 관리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국회에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외국인 부동산 거래 방식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안이 대표적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외국인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여러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과세 등 차등 부과에 대해 국익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