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위한 대표 주거상품인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지난해 바닥을 찍고 올해 들어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세사기 우려가 진정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연초에 면적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이 본격화하기 전과 비교하면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에선 주택 공급 확대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과 대출 등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4인 가구도 타깃”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총 1968가구의 도시형생활주택이 인허가를 받았다. 작년 상반기 인허가 물량(612가구)의 3.2배 수준이다. 2023년 상반기(1747가구)와 비교해도 공급이 늘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로 구성된 300가구 미만 공동주택을 일컫는다. 2009년 도심 1~2인 가구의 주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도입됐다. 2021년까지만 해도 상반기 기준 평균 1만여 가구씩 공급됐다.
그러나 2022년부터 공급이 확 줄었다. PF 시장 경색, 공사비 상승, 전세사기 사태 등 악재가 잇따라서다. 급기야 지난해 상반기엔 인허가 규모가 1000가구 밑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로 올해 들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에 숨통이 일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형 주택과 단지형 연립주택, 단지형 다세대주택으로 나뉜다. 5층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아파트형 주택은 그동안 전용 60㎡ 이하로만 구성할 수 있었다.
국토부는 올해 1월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아파트형 주택도 전용 85㎡ 이하로 지을 수 있도록 했다. 3~4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5층 이상 아파트 형태의 도시형생활주택 건설이 가능해진 것이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서울의 원룸형(아파트형의 전신) 도시형생활주택 비중은 18.8%였다. 76.6%가 단지형 다세대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1~6월엔 아파트형 비중이 24.9%로 늘었다. 작년엔 서울에서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이 모두 100가구 미만이었다. 올 상반기엔 100가구 이상 비율이 30%를 차지하는 등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보증·대출 규제 완화해야”
최근 들어 비교적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 도시형생활주택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상월곡역 장위아트포레’는 지난 4월 5가구 공급에 113명이 신청해 평균 22.6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세사기 포비아’가 누그러진 데다 정부가 앞서 수도권 기준 6억원 이하(전용 60㎡ 이하) 도시형생활주택을 한시적으로 주택 수에서 제외하며 세금 혜택을 주기로 해서다. 반면 분양가가 10억원 수준인 서울 서초구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달 청약에서 미달이 났다. 고가 상품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아직 냉담한 편이다.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이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힘들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2021년 상반기에 1만309가구가 인허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은 5분의 1을 밑돌기 때문이다. 금융비용과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데다 ‘아파트 쏠림’ 심리가 여전히 강해 신규 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개발업체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방안(6·27 부동산 대책)도 변수로 꼽힌다. 주택으로 분류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와 함께 고강도 대출 규제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된 도시형생활주택을 포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도심 내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만큼 전용 60㎡ 이하 도시형생활주택을 6·27 대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