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커졌다. 대출 규제 강화(6·27 부동산 대책) 이후 6주 만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고 거주 선호도가 높은 한강 벨트에서 반등이 나왔다. 상승폭이 계속 확대될지는 좀 더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수도권 공급 확대와 지방 부동산 수요 진작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대출 규제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강 벨트 상승세 다시 커져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전보다 0.14% 올랐다. 지난주(0.12%)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6월 넷째 주 0.43%로 2018년 9월 둘째 주(0.45%)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27 대책 이후 5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했다가 이번에 반등한 것이다.
한강을 끼고 있는 한강 벨트가 상승을 주도했다. 성동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 0.22%에서 이번주 0.33%로 조사됐다. 광진(0.17%→0.24%), 강동(0.07%→0.14%), 용산(0.17%→0.22%), 강남(0.11%→0.15%), 마포(0.11%→0.14%) 등도 오름폭이 커졌다. 송파(0.41%→0.38%)와 서초(0.21%→0.16%)는 상승세가 둔화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관망세가 이어지며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됐다”면서도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학군지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 증가하고 상승 거래가 나오면서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거래는 많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3159건으로 지난 6월(1만946건)보다 71% 줄었다.
하지만 신고가는 곳곳에서 이어졌다. 지난 1일 서초구 서초동 ‘현대슈퍼빌’ 전용면적 214㎡는 41억원에 거래됐다. 5월(35억원)보다 6억원 뛰었다. 지난달 31일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이 41억5000만원에 팔려 4월(35억4000만원)보다 6억1000만원 올랐다. 마포구 신수동 ‘마포경남아너스빌’(84㎡·13억9000만원), 동작구 본동 ‘래미안트윈파크’(59㎡·17억2000만원), 성동구 행당동 ‘신동아’(59㎡·10억5500만원) 등도 신고가 행진이었다.
경기도도 선호 지역 집값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성남 분당 상승률은 이번주 0.47%로 지난주(0.25%)의 두 배였다. 하남(0.02%→0.17%), 안양 동안(0.19%→0.26%), 과천(0.29%→0.34%) 등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수요 억제 효과는 일시적”
전문가들은 관망세 속에 거래가 뜸해졌을 뿐 핵심지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 규제로 인한 수요 억제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수요·공급 불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다”며 “유동성 증가와 화폐 가치 하락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예고된 공급 확대 정책에 서울 등 핵심지의 안정적인 공급 로드맵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강력한 투기억제책을 썼지만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했다”며 “3기 신도시 신속 공급, 민영주택 공급 촉진, 도시 정비 활성화 등을 강구하지 않으면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방 부동산 침체를 내버려 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 미분양이 쌓이고 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집값이 계속 내려가니 지방 사람이 지역에서 집을 안 사고 다 수도권에 집을 사려 한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