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양하는 새 아파트 청약이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통상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국민평형, 전용면적 84㎡ 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었지만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제기동역 아이파크'는 38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모두 3503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92.18대 1이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59㎡에서 나왔다. 전용 59㎡A와 전용 59㎡B 경쟁률이 같았다. 전용 59㎡A는 12가구 모집에 1197명이 몰려 99.75대 1을, 전용 59㎡B는 4가구 모집에 399명이 몰려 99.75대 1을 기록했다. 전용 44㎡A·B, 전용 51㎡도 모두 두 자릿수 경쟁률이 나왔다.
이런 흥행은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에서 이미 확인됐다. 이 단지는 지난 5일 36가구를 모집하는 특별공급(기관 추천분 제외)을 진행했는데 모두 2286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63.5대 1이다. 이틀간 이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몰린 청약자는 5789명이다.
지난달 25일 이 단지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었는데 푹푹 찌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3일간 약 3400여명의 예비 청약자들이 다녀갔다. 현장엔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다.
청약이 흥행한 이유는 우선 분양가다. 이 단지 분양가(최고가)는 전용면적 59㎡ 기준 10억8890만~11억460만원이다. 제기동 내에는 신축 아파트가 없어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하지만 동대문구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면 이문동에 지어진 '이문아이파크자이' 전용 59㎡는 13억5000만원, 휘경동에 지어진 '휘경자이디센시아' 전용 59㎡는 13억100만원에 팔렸다. 이들 단지는 올해 입주했거나 입주하는 단지인데 새 아파트보다 2억원가량 낮은 셈이다.
서울이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청약 수요를 자극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4만6353가구로 서울 적정 수요인 4만6628가구와 비슷하지만, 내년엔 4165가구, 2027년 1만306가구, 2028년 3080가구 등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동대문구의 경우 올해 11월과 내년 4월, 5월까지 약 5082가구가 공급된 이후 내년 913가구로 공급이 급감한다. 이후엔 예정된 공급이 없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주변 단지 대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이 됐는데, 특히 이번 대출 규제로 6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를 받아도 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첨 가점은 64~69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서울에서 나온 분양은 대체로 흥행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1~2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69.21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02.73대 1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국 청약 경쟁률이 8.87대 1을 기록했는데 이보다 8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서울 청약시장은 희소성과 선호 입지 중심의 쏠림 현상으로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이어가고 있다"며 "가점이 낮다면 추첨제 비율이 높은 단지나 특별공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현금 여력이 충분하면 선호 입지이지만 분양가가 비싼 단지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후분양 단지는 입주까지 잔금 마련 기간이 촉박해 경쟁률이 이전보다는 낮아질 수 있다"며 "잔금 대출 및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 등 자금 계획을 사전에 점검해 청약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