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주유소가 경매 시장에 속출하고 있다. 가격 경쟁 심화와 고환율·고유가, 전기차 증가 등 악재가 겹쳐 주유소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3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국 주유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9.2%다. 2022년 99.8%에 이르던 주유소 낙찰가율은 작년(69.5%)부터 70%대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도 평균 27.1%로, 30%를 밑돌고 있다. 경매에 나온 주유소 10곳 중 7곳 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3년 전 낙찰률은 평균 50.5% 수준으로, 현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응찰자도 2022년 평균 2.55명에서 올해는 평균 1.67명으로 줄었다.
경매 시장에서 감정가의 반값 수준으로 입찰가가 떨어진 주유소도 적지 않다. 수요자가 많은 산업단지, 관광지 인근 주유소도 예외가 아니다. 광주 광산구 도천동 하남산단 인근 한 주유소는 지난달 감정가(79억1100여만원)의 60% 수준인 47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길목에 있는 한 주유소도 최근 감정가(97억1100만원)의 67.1% 수준인 65억2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주유소는 두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의 반값 이하인 47억5800여만원으로 떨어지자 응찰자 네 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강원 원주시 명륜동에 있는 한 주유소도 지난 5월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23억3000여만원)의 60.3%인 14억여원에 팔렸다.
그나마 경매 시장에서 매각되면 다행이라는 게 요즘 분위기다. 주유소는 폐업 비용만 1억원 이상이 드는 데다 앞으로도 투자 가치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방 소도시 주유소 중에는 3~4차례 유찰돼도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물건이 적지 않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 성수동 등 입지가 좋은 곳의 주유소는 용도 전환으로 가치를 높이려는 수요가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주유소는 입지가 좋지 않고 토지 정화 비용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입찰 참여자가 제한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수요가 늘고 주유소 폐업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주유소 경매 물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