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6·27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열기가 차갑게 식고 있다. 우상향하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이달 들어 꺾였고, 응찰자도 감소하는 추세다. 수도권 주택의 경락 자금 대출도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한 제재를 받는 만큼 경매 시장 매수세도 움츠러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도 대출 규제에 ‘주춤’

25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23일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96.5%다. 지난달(98.5%)에 비해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 2월 91.8%에서 3월 97.5%로 수직 상승한 뒤 지난달엔 98.5%를 기록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뿐 아니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에서도 고가 낙찰 사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에 나오자마자 유찰 없이 바로 낙찰되는 경매 물건이 전체의 30%를 웃돌았다.
하지만 ‘6·27 대책’으로 경락 대출 한도가 많이 축소돼 투자 수요가 사실상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으로 1주택자는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이 허용되고,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대출이 원천 금지된다. 무주택자는 최대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 실제 대책 규제 이후 경매시장에선 입찰자가 많이 감소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응찰자는 평균 9.2명이었지만 이달 들어 23일까지 7.72명으로 줄었다.
서울 외곽 지역부터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 학여울청구(전용면적 113㎡)는 지난 22일 3차 매각일에 감정가(10억원)의 79.7%인 7억9700여만원에 낙찰됐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동일 면적대의 매도호가는 8억8000만~10억7000만원 수준이다. 응찰자가 최저 매도호가보다 8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입찰에 나선 것이다.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스카이뷰’ 전용 66㎡는 15일 감정가(4억5000만원)보다 30%가량 할인된 3억5900여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한강 변을 중심으로 한 ‘한강 벨트’조차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입찰한 광진구 구의동 구의현진에어빌 전용 85㎡는 첫날 유찰돼 다음달 2차 매각일이 잡혔다. 최저입찰가는 감정가(10억원)보다 20% 낮은 8억원으로 떨어졌다. 마포구 창전동 태영 전용 85㎡도 15일 경매에 나왔지만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투자 수요 위축 불가피할 것”
경기와 인천 지역은 경매시장에 찬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은 87.7%로, 지난달(89.7%)보다 감소했다.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도 같은 기간 79.0%에서 76.2%로 떨어졌다. 평균 응찰자 역시 전월 7.5명에서 6.5명으로 줄었다.
대출 규제뿐 아니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 등이 겹쳐 투자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예전에는 수도권 아파트에 50~60명씩 들어갔는데 이제는 대출 규제와 전입 의무화로 응찰자가 크게 줄었다”며 “당분간 관망 속에 경매에 대한 관심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시장은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한동안 경매시장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강남권도 이달 들어 응찰자 수가 반토막 났고, 시차를 두고 낙찰가율도 동조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