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강도 대출 규제 이후 서울에서 매매가 가장 많이 이뤄진 단지는 어디였을까. 최근 수년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 1위를 기록한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등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가 아닌 강북구 미아동 소재 'SK북한산시티(3830가구)'로 집계됐다.
25일 아파트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SK북한산시티에선 15건의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과거 서울 아파트 거래량 1위를 차지했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10건에 그쳤다.
2004년 5월 입주한 SK북한산시티는 미아뉴타운에서 가장 큰 단지다. 최고 25층, 47개동, 전용면적 59~111㎡로 구성돼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1일 7억54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4월엔 6억2500만원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지난달부터는 7억원대 거래가 종종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활발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단지 내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4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에서 1달 동안 15건밖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거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분위기가 살아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K북한산시티에 이어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12건 △노원구 중계동 '중계무지개' 12건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10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10건 △구로구 구로동 '현대연예인' 10건 △성북구 돈암동 '한신, 한진' 10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9단지' 10건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두산위브' 9건 등 순이었다.
정부가 지난달 말 '가계부채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후 거래량 상위권에 대체로 서울 외곽에 있는 단지들이 올라온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6·27 부동산 대책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초강도의 대출 규제로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한도를 활용해 집을 사려면 집값이 높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지역보단 외곽 지역을 택해야 해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규제 발표 후 "6억~8억원대 매수할 수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 외곽에서 아직 이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후 노도강이 규제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면서 "아직 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고 아무래도 노도강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라 규제에 따른 영향이 직접적으로 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대출 규제 이후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대책 전(6월10일~6월27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150건에 달했지만, 대책 후(6월28일~7월15일)엔 1361건으로 줄어 81%(5789건) 쪼그라들었다.
노도강을 비롯한 서울 외곽지역의 거래량과 거래가격은 둔화했다. 노원구의 중위 가격은 5억9500만원에서 5억1900만원으로 하락했고, 금천구, 구로구의 중위 가격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거래량은 노원구가 539건에서 128건으로, 도봉구는 201건에서 47건으로 급감했다.
강남권은 타격이 더 컸다. 강남구 중위 거래가격은 29억원에서 26억원으로, 거래량은 301건에서 67건으로 감소했다. 서초구 집값은 23억7500만원에서 19억6500만원으로, 거래량은 134건에서 13건으로 줄었다. 송파구 역시 타격을 피해 가진 못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