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해 평균 18년6개월 이상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13년으로 5년6개월 앞당긴다. 그동안 정비사업의 ‘첫 단추’로 불리는 정비구역 지정 물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공급 절벽’에 대한 시장 불안을 해소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합설립, 3.5년→1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현장을 방문해 ‘주택 공급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모든 정비사업 단계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2.5년에서 2년으로 줄인다. 후보지 선정 직후 정비계획 수립비를 지원하고, 구역지정 동의서 절차를 생략하는 방식을 적용하면서다.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선보인 뒤 정비구역 지정 기간이 5년에서 2.5년으로 단축된 데 이어 앞으로 6개월이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구역 지정 이후 추진위원회 구성 및 조합설립(현재 3.5년 소요) 절차를 1년 안에 마무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한다. 기존엔 주민 동의율 50% 이상을 충족하고, 신속통합 사전 기획자문이 완료돼야 공공보조금이 지급됐다. 서울시는 주민 동의 절차 없이도 보조금을 지원해 후보지 선정 즉시 추진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추진위를 꾸린 뒤 구역 지정 절차와 조합설립 준비를 동시에 추진하면 1년 내 조합설립 인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합설립 다음엔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 등 단계를 밟아야 한다. 평균 8.5년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절차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절차 사전·병행제도’를 도입해 이를 6년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예컨대 감정평가업체를 사전에 선정한 뒤 사업시행인가 직후 바로 평가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철거 공사 전에 구조·굴토 심의 등을 동시 추진하는 방식으로 착공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
기간 단축과 더불어 공정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현재 구역 지정 단계에만 적용되는 처리기한제를 모든 단계로 확대하는 게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사업인가, 관리처분, 이주·착공, 공사·준공 등 6개 단계별로 표준 처리기한을 설정하고 42개 세부 공정으로 나눠 지연 여부를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구역에서 사업이 늦어지는 원인을 진단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공정촉진책임관’과 갈등 중재 역할을 하는 ‘갈등관리책임관’도 둘 예정이다.
◇신당9, 높이 규제 완화 첫선
오 시장은 2012~2020년 연평균 12곳에 그치던 정비구역 지정 물량을 2021년 이후엔 연평균 36곳으로 세 배로 늘렸다. 2021년 도입된 신속통합기획을 비롯해 각종 규제 철폐안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내 정비구역 지정 규모는 내년 6월이면 31만2000가구로까지 늘어나 당초 목표(26만9000가구)의 116%를 달성할 전망이다. 이제는 정비사업 첫 관문(정비구역 지정) 이후 단계도 속도를 올려 주택 공급을 한층 가속할 계획이다.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규제 완화에도 나선다. 오 시장은 이날 신당9구역에 ‘높이 규제지역 공공기여 완화’를 처음 적용하기로 했다. 소규모 현장인 데다 남산고도 제한도 있어 20년 이상 개발이 지지부진하던 곳이다. 종 상향 때 공공기여율을 현재 10%에서 2%로 완화를 검토하고, 고도지구 최고 높이 기준은 28m에서 45m로 높여줄 계획이다. 신당9구역 가구 수가 315가구에서 500가구 정도로 늘어나 사업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은 “지속적인 공급 물량 확보와 동시에 과감한 규제 철폐, 다각도의 인센티브 부여로 사업성을 높여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