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정부 규제에도 장기적인 집값 상승을 점치는 수요자가 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던 신축·대단지에서 구축·소규모 아파트로 신고가 물결이 번지는 모양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집값은 0.19% 상승하며 전주(0.29%) 대비 상승 폭을 줄였다. 매수세가 관망세로 돌아서며 거래량이 줄었지만, 선호 지역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자치구는 성동구다. 금호·옥수동 위주로 0.45%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수동 '뚝섬현대' 전용면적 84㎡는 지난 12일 12억7000만원(10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나홀로 아파트인 이 단지는 규제 이전인 지난달 12억4500만원(13층)에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한 달 만에 2500만원 올랐다.
하왕십리동 '무학현대' 전용 84㎡도 지난 11일 9억8000만원(6층)에 신고가를 썼다. 이 단지도 300가구가 되지 않는 소규모 단지다. 이전 최고가는 2021년 8월 기록한 9억7000만원(14층)으로, 지난 5월 말 재차 최고가를 기록하더니 한 달여 만에 신고가를 달성했다.
인근 480가구 규모 단지인 '한신무학' 전용 114㎡도 지난 13일 12억원(5층)에 거래됐다. 집값 상승기인 2021년 7월 기록한 최고가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지난달 규제 발표 당일 체결된 직전 거래가 11억9500만원(7층)을 소폭 넘어섰다. 성수동 소규모 단지인 '강변임광' 전용 84㎡ 역시 지난 13일 30억원에 최고가로 팔렸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속한 재개발 호재가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이다.
하왕십리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규제 이후 매수세가 빠지며 거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간 주목받았던 대단지는 한산한 편이지만, 수요자 선호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규모 단지나 재개발·재건축 호재를 가진 단지는 꾸준히 거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매수자들 사이에서 소위 대장 단지들의 경우 가격 조정이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다"면서도 "소규모 단지는 이미 대단지와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에 가격이 더 내리진 않고, 장기적으론 오를 것이라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성동구 외에 광진구가 광장·구의동 주요 단지 위주로 0.44% 올랐고 송파구는 잠실·가락동 위주로 0.36% 상승했다. 서초구도 잠원·반포동 주요 단지 위주로 0.32%, 양천구는 목·신정동 위주로 0.29% 오름세를 이어갔다. 용산구는 서빙고·이촌동 역세권 위주로, 영등포구는 신길·여의도동 역세권 위주로 0.26%씩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수 관망세가 심화하면서 거래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일부 신축이나 역세권 소재 단지, 재건축 추진 단지 등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기간 서울 전셋값도 0.07% 오르면서 전주(0.08%) 대비 상승 폭을 줄였다. 송파구가 잠실·방이동 대단지 위주로 0.27% 올랐고 강동구도 고덕·둔촌동 주요 단지 위주로 0.22% 상승했다. 광진구는 자양·광장동 학군지 위주로 0.14% 뛰었고 용산구는 이촌·문배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강서구는 가양·등촌동 역세권 위주로 0.13%씩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입주 물량이 있는 서초구는 잠원·반포동 위주로 0.18% 내렸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입주 물량의 영향이 있는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하락하는 등 지역·단지별 상승·하락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주 여건이 양호한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됐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