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 벨트 집값 급등세가 꺾였다. 정부가 지난달 말 '가계부채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강력한 대출 규제에 나선 영향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0.19% 올랐다. 오름폭이 지난주(0.29%)보다 줄었다. 정부 대책 발표 후 3주 연속 상승세가 약해졌다.
올해 들어 집값이 급등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한강 벨트 상승폭이 일제히 축소됐다. 강남구(0.34%→0.15%) 서초구(0.48%→0.32%) 송파구(0.38%→0.36%) 모두 급등세가 가라앉은 분위기다. 마포구(0.60%→0.24%) 용산구(0.37%→0.26%) 성동구(0.70%→0.45%) 등도 상승세가 약해졌다.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 그레이튼2차’ 전용면적 84㎡(8층)는 지난 4일 30억원에 거래됐다. 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20일 같은 면적, 같은 층 물건이 33억원에 손바뀜한 것을 감안하면 3억원 하락했다.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3단지’ 전용 84㎡는 지난 5월 12억원(7층)에 매매됐으나 이달 1일에는 8억원(11층)에 계약을 맺었다. 두 달 새 4억원이 빠진 것이다. 하락률은 33.3%에 이른다. 지난달 25일 11억5000원에 거래된 성산동 성산시영 전용 50㎡는 지난 1일에는 7억2000만원에 팔리며 4억3000만원 하락했다. 하락률은 37.4%다. 마포구 두 단지 계약 모두 직거래가 아닌 중개사를 통한 거래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이번주 오름폭을 확대한 곳은 중구(0.16%→0.18%)와 도봉구(0.05%→0.06%)밖에 없었다.
아파트 거래량도 대책 발표 후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16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81건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5513건)보다 4532건 줄었다. 감소율이 82%에 달한다. 거래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있어 감소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뜻이다.
재건축 기대 등에 집값이 뛰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0.46%→0.40%)와 과천시(0.47%→0.39%) 등도 2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맛보기'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아직 지켜보려는 심리가 큰 것 같다”며 “그동안 많이 올랐던 경기권 인기 주거지도 조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시장에서 매매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계약 취소 비중도 대책 발표 이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6월 27일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매매 계약을 분석한 결과 대책 발표 이후(6월 27일~7월 15일) 해지한 계약 가운데 10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35.0%로 늘었다. 대책 발표 전(1월 1일~6월 26일) 취소된 거래 중 10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26.9%였다. 대책 발표 이후 계약 해지 비중이 8.1%포인트 증가했다.
취소된 계약 중 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대책 발표 전 32.2%에서 발표 이후 25.1%로 줄었다. 집토스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고가 아파트에 영향을 많이 줬다는 뜻”이라며 “매수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껴 계약금 포기까지 감수하며 거래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은 이번주 0.07% 올랐다. 오름폭은 지난주(0.08%)보다 줄었다. 지역별로 편차를 보였다. 송파구 전셋값은 0.27% 뛰어 2주 연속 상승폭을 확대했다. '메이플자이'(3307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 서초구 전셋값은 0.18% 내리며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입주 물량 많은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내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매물 부족에 따른 상승 힘이 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전세 물건은 2만5002개로 작년 말 3만1466개에서 21% 줄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전세 매물을 줄여 전셋값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 0.01%에서 이번주 0.02%로 소폭 올랐다. 세종(-0.01%→0.08%), 대전(-0.08%→-0.03%), 충남(-0.05%→0.0%) 등에서 변화가 컸다.
안정락/손주형/임근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