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기하겠습니다."
계약 직전까지 간 부동산 거래가 무산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최근에는 가격변화와 규제 강화, 자금 조달 어려움 등이 겹치며 계약 후 철회가 하나의 흐름처럼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지금의 거래 포기가 자발적인 판단이 아니라, 제도적 장벽에 의한 비자발적 포기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한 개인 결정이 아닌 구조적인 제약이 시장을 멈추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모든 부동산 대출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한 것입니다. 이는 가계부채를 통제하고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 차단을 위해 전세 끼고 매수하는 구조의 대출 요건을 강화했고, 2주택자는 실거주 의무 미이행 시 대출이 아예 원천 봉쇄됩니다.
거래가 무산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실거래가 기반의 가격 지표 자체가 왜곡됩니다. 정정되기 전의 신고가는 주변 호가를 자극하고 이후에도 시장 혼선을 남깁니다. 예컨대 고가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취소될 경우, 매도자는 그 가격에 근접한 호가를 유지하려 하고 매수자는 불안감에 거래를 미룹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가격에 대한 신뢰를 잃고, 거래량은 급감하게 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거래 단절이 연쇄적으로 시장의 순환 고리를 끊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A씨가 집을 팔지 못하면 B씨의 매입도, C씨의 이사도 모두 지연됩니다. 이사 수요가 줄고 전세 퇴거가 늦어지며, 인테리어·가전·중개업 등 실물경제 전반이 위축됩니다. 포기의 연속은 단순한 거래 취소가 아니라, 경제를 멈추는 신호가 됩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21조원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법인세와 금융소득 중심의 일시적 회복에 가깝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처럼 내수와 직결된 세목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수 진도율도 5년 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3년 연속 세수 결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건설투자도 악화 일로입니다. 한국산업은행은 올해 건설투자가 3.6%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해 2000년대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수주 부진, 미분양 누적,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거래 위축과 공급 위축은 중장기적으로 다시 집값 불안정이라는 역설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정부가 집값과 상관성이 큰 소득을 억제하고, 주가 상승도 억제하면 더 빠르게 집값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득이 늘지 않게 최저임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주식시장도 오르지 않게 공매도 확대, 세제 강화, 기업공개(IPO) 축소로 억제하면 됩니다.
이 경우 집값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절대 시행하지 않습니다. 그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소득을 억제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실물경제가 침체하며, 주가를 억제하면 투자와 기업 자금조달이 막히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자산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며 결국 '움직이지 않는 시장'이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억지로 누르며 멈춰 세워서는 안 됩니다. 거래가 회전이 돼야 소비가 돌고, 세수가 확보되며, 공급이 따라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규칙과 환경에서 거래가 순환하도록 돕는 정책 기조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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