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증여 건수가 3월 이후 4개월 연속 600건 대를 이어가고 있다.
집값이 예전보다 낮아져 증여세 부담이 줄어든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으로 매매가 막히자 증여를 대안으로 택한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5일 대법원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676건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300건대를 유지하던 증여 건수는 지난 2월 500건대로 올라선 뒤 3월부터는 4개월 연속 6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5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자치구별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비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달 전체 676건 가운데 이들 3개 구가 차지한 건수는 25.2%(171건)였다.
강남구는 75건에서 78건으로, 송파구는 45건에서 53건으로 증가했고, 서초구는 64건에서 40건으로 줄었지만, 평균 20~30건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집값이 2020~2021년의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금 증여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토허제 지정으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매매가 쉽지, 않아졌고, 이에 따라 전세를 낀 매매, 이른바 갭투자 방식이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여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 정부의 투기 수요 억제 기조로 인해 보유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똘똘한 한 채가 확고해진 가운데 서울 집을 팔기보다는 그나마 가격이 저렴할 때 물려주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토허제 지역은 다시 매수하기 힘들고 가격 상승이 확실한 지역이다 보니 증여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대표는 "소득이 없는 60~70대 고령층의 세 부담 회피 수단으로 증여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형석 우대빵 연구소 소장도 "보유세 세율을 올리진 않더라도 투자 수요 차단이라는 조치 때문에 세제 완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증여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