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고강도의 대출 규제로는 잡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택 수에 따라 양도소득세, 취득세 세율에 차등을 두는 현행 세제가 '똘똘한 한 채'를 넘어 '똘똘한 괴물'을 만들고 있단 설명이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박훈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 '주택 양도소득세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따르면 현행 세제는 서울 1주택자를 수도권·지방 다주택자보다 우대하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연구진은 서울에 12억원짜리 아파트 1가구를 보유한 A씨와 수도권에 각각 6억원인 아파트 두 가구를 보유한 B씨가 10년간 보유한 아파트 한 가구를 매도하는 사례를 가정했다.
집값 상승률이 50%로 같아 A씨는 6억원, B씨는 3억원의 차익을 봤다고 가정했을 때 A씨에게는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1주택 비과세 요건(거래가액 12억원 초과부터 과세)을 충족해서다.
그러나 2주택자인 B씨에게는 먼저 판 주택에 일반과세가 적용돼, 양도세 70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A씨가 3억원을 더 벌었는데도 세금은 더 적게 내는 셈이다.
8억원에 산 아파트를 20억원에 팔아 똑같이 12억원의 차익을 얻은 경우에도 주택 수에 따라 양도세 부담이 달라진다. 장기보유특별공제(보유기간 15년·거주기간 10년 가정)와 2주택 여부 등에 따라 양도세가 1800만원∼7억1400만원까지 벌어진다.
연구진은 "양도소득이 같아도 고가의 1주택 보유자는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보다 극히 적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있다"며 "주택 규모나 양도소득의 크기가 아닌 주택 수를 기준으로 비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중과세율 적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택 수에 따라 중과세율(10∼30%포인트)을 매기도록 했으나 2022년 5월부터 1년씩 세 차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상태다.
연구진은 "현행 세제는 주택 수에 따른 세 부담 격차가 지나치게 커서 납세자 행태에 왜곡을 초래하고, 조세 회피를 유발한다"며 "주택 수가 아니라 양도차익 또는 자산 총액에 따라 세율에 차등을 두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해 평균이 13억2000만원인 점을 고려해 '1주택자 비과세 기준 12억원' 조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택 수 기준 과세는 지방으로 수요를 분산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1가구 1주택 정책 기조를 과감하게 혁파해 수도권 유주택자가 지방에 두 번째 주택을 사면 가격, 위치, 유형 등에 상관없이 주택 수에서 제외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세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닌 가액으로 전환해 저렴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도록 할 필요도 있다는 설명이다.
취득세도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율이 달라지는데, 비조정지역의 경우 3주택일 때 8%, 4주택 이상일 때 12%가 부과된다. 서울의 2주택 보유자가 지방에 주택 한 채를 추가로 더 사면 8% 취득세를 감당해야 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