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대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과천시 아파트값이 7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과천은 '불장'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거래 절벽이 시작되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과천시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98% 오르면서 2018년 9월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천 집값은 지난해 6월부터 1년 넘게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누적으로만 보더라도 8.66% 뛰어 전국에서 송파구(9.39%)와 강남구(9.63%) 다음으로 많이 올랐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지난달에도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과천시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억원(13층)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인 지난 5월 25억3000만원(16층)에서 한 달 만에 7000만원 오른 액수다.

원문동 '래미안슈르'도 전용 84㎡가 지난달 21억7000만원(9층)에 신고가를 썼고, 부림동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 114㎡ 역시 30억원(12층)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별양동 '과천자이' 전용 59㎡는 20억5000만원(16층)에, 재건축을 앞둔 '과천주공5단지' 전용 124㎡ 역시 28억5000만원(7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대출 한도도 6억원으로 제한했다. 과열된 시장을 식히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해당 주간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과천시 집값이 1% 가까이 오르자 일각에선 '과천은 규제도 소용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지난 8일 찾은 과천시 중앙동 한 공인중개업소는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감만 감돌았다. 공인중개사 A씨는 "27일부터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그간 주말에도 집을 보겠다는 고객이 많았는데, 규제 이후로는 일감이 없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과천시 아파트 거래량은 △2월 140건 △3월 142건 △4월 53건 △5월 118건 △6월 100건이다. 하루 3~4건의 매매 계약이 체결됐던 셈이다. 부림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 발표 이후로는 과천 전역에서 거래가 아예 없는 날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수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얼떨떨하다"며 "규제 발표 전까지 신고가 거래가 많아 집값 상승 폭이 컸을 뿐, 규제에도 집값이 더 뛰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역 중개사들은 매수심리가 크게 꺾였지만, 집주인들이 크게 동요하진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별양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분위기를 묻는 집주인 전화가 종종 오긴 하지만, '어차피 오를 곳은 오른다'는 믿음이 강하게 퍼져 있다"며 "급매로 나오는 매물은 없다시피 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까지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공급 대책이 시장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대출 규제 효과로 하반기 주택 시장은 잠잠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후속 공급 대책이 빠르게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집값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