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주인에게 전세를 먼저 놓은 뒤 매매 계약을 맺자고 요구해 보려고 합니다. 대출이 얼마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라도 해야 집을 살 수 있을 거 같네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을 우회해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줄이기 위해 수도권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을 금지하고 나섰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은 세입자가 전세 자금 대출을 받는 날 주택 소유권이 바뀌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대출을 뜻한다. 그동안 갭투자가 새 집주인이 기존 집주인에게 잔금을 치를 때 세입자가 이 대출로 받은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이 같은 방식을 쓸 수 없게 되자 기존 집주인이 매매 계약을 맺기 전에 먼저 전세를 놓은 뒤 새 집주인에게 전세를 승계하도록 하는 편법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면 새 집주인은 전세금을 뺀 나머지만 매매 대금으로 치르면 된다. 기존 집주인이 계약을 두 번 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 때문에 새 집주인이 중개비 등을 부담하고, 일종의 수고비를 더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규제 여파로 앞으로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매하는 사람은 전세가 놓여 있는 물건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매수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후 전세를 빼야 할 때 이용하는 ‘전세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전세퇴거자금대출)이 이번 규제로 최대 1억원 한도로 제한됐기 때문에 자금 계획을 잘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의무적으로 전입해야 하는 규제와 관련해서도 ‘편법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의무 거주 기간은 규정한 게 없기 때문에 6개월 안에 전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임대를 놓고 집주인은 다른 곳에서 전·월세 등으로 사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경매 시장에서도 편법 대출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매사업자 전용 주택구입 대출과 경락잔금대출 등은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어 6억원 한도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매매사업자로 등록하면 경락잔금대출을 받은 뒤 낙찰받아도 실거주 의무가 없고, 단기간에 매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개인도 법인을 만들어 매매사업자 등록이 가능해 자금을 조달하는 우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