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발표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막차 수요가 몰려 매매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실거래가 등록 해제 제외)는 212건에 달했다. 전날 133건에 비해서 59.4% 급증한 양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하루 뒤인 28일 시행을 예고하면서, 규제를 피하려는 계약이 대거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 후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구매할 때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신고도 의무화됐다.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도 80%에서 70%로 줄어든다. 다만 28일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내면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규제를 피해 늘어난 매매 중 40.5%(86건)는 12억원 이상 고가 매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매물은 강남·강동·마포·양천·영등포·성동구 등에 집중됐는데, 신고가 거래도 속출했다. 대출 규제에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더 절박함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면적 160.28㎡는 지난달 27일 98억원(8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2단지' 전용 97㎡는 28억500만원(15층), '목동신시가지5단지' 전용 95㎡도 32억6500만원(2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마포구 염리동 '염리삼성래미안' 전용 59㎡는 13억6500만원(14층)에 신고가를 썼고, 성동구 금호동 '이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 전용 84㎡는 22억3000만원(19층)에,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59㎡도 20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 마포구의 한 개업중개사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15억원에 육박하는데, 6억원 대출로는 중간 가격대 아파트를 사려 해도 1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하다"며 "상급지 매수가 어려워지니 계약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수도권 매매시장이 대체로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적용되면서 하반기 매수 관망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지역별로 대장 아파트만 가격이 오르고, 나머지 아파트는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대출 규제의 효과가 다하기 전에 공급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