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직전에는 호가가 하루에 5000만원씩 뛰기도 했는데 초고강도 대출 규제가 나오고 문의가 갑자기 뚝 끊겼어요."(서울 마포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을 지난 28일부터 시행하면서 시장이 갑자기 얼어붙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매수를 문의하던 실수요자들이 주춤하던 찰나였는데,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아예 매수 문의가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마포구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풍선효과 수혜지로 꼽혔던 성동구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성동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대표는 "대출 규제가 (지난 27일) 나오고 다음 날 바로 시행되지 않았느냐"며 "실수요자들이 강도가 높은 규제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에 시장도 잠잠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는 새 정부 출범 23일 만인 지난 27일 정부가 관계기관 합동으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대출 규제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 규제는 이튿날인 28일 바로 시행됐습니다.
먼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합니다. 대출을 받는 사람의 소득이 아무리 높고 담보가 되는 아파트의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한도를 6억원까지 밖에 내주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다만 중도금 대출은 6억원을 넘을 수 있습니다. 대신 해당 중도금 대출이 잔금 대출로 바뀔 땐 6억원 한도가 적용됩니다.
또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안에 전입신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디딤돌, 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대출금이 회수되고 향후 3년 동안 주택 관련 대출이 금지됩니다.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는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6개월 만에 전입해야 한다는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 규제는 윤석열 정부 때 없어졌는데, 새 정부 들어 수도권 주택 전체를 대상으로 더 강하게 부활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도권 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현행 80%에서 70%로 강화해 대출액 자체를 줄이기로 했고, 주택 구입 목적의 디딤돌 대출의 한도를 현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하는 등 정책 대출 한도도 일괄적으로 축소합니다. 이런 규제책은 지난 28일부터 바로 적용돼 '풍선 효과'를 차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격적이고 이례적인 대출 규제가 나왔다"며 "최근 급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최근 과열 양상을 빚었던 한강 벨트 주거지 내 아파트 거래량도 숨을 고를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강화하면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기도 하는 등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장기적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선 규제보단 경제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규제가 나온 것은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시장이 과열됐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역대급 주간 상승률을 기록한 성동구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도로 거둬가거나 계좌를 내놓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마음이 급해진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갈아타지 못하면 큰일 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과거 급등기 때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포구에 있는 D 공인 중개 대표도 "어떤 집주인은 계약을 진행하고도 해지를 통보한 경우가 있다"며 "계약을 취소하면 배액 배상(계약 취소 시 계약금의 2배를 물어내는 것)을 해야 하는 데도 (해지를) 했다. 집값이 더 뛸 것으로 봤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에서 나타나는 이런 모습은 2019~2021년 전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던 때와 비슷했습니다. 다른 점은 당시엔 서울을 비롯한 지방 그리고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 지식산업센터 등 대부분의 부동산 유형 가격이 뛰었지만, 최근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 용산, 성동구 등 핵심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움직였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