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최근 가장 ‘핫’한 동네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다. 1980년대에 목동과 신정동에 걸쳐 조성된 14개 단지, 2만6629가구의 택지지구다. 서울에서 ‘3대 학군지’로 꼽히고 용적률과 대지지분 등 사업 여건이 좋은 데다 14개 단지 모두 일제히 재건축 ‘잰걸음’ 행보를 보이는 점도 관심을 끈다. 그중에서도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6단지는 목동지구에서 ‘최초’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다. 2020년 6월에 1~14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데 이어 작년 8월 정비구역 지정 테이프도 첫번째로 끊었다. 올해 5월엔 ‘조합설립 1호’ 타이틀도 얻었다. 황희중 목동6단지 조합장은 “7~8년간 집행부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며 "안전진단 등에 드는 비용도 외상 없이 모두 모금으로 충당했을 정도로 주민 단합이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가 분쟁’ 이슈도 잘 넘겼다. 상가 소유주는 재건축 후 상가를 분양받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목동6단지는 상가의 종전 가액이 재건축 후 최소 분양가(주택)의 10%를 넘으면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제시했다. 상가 조합원의 동의율도 큰 진통 없이 확보할 수 있었다. 상가 제척(재건축 사업서 제외) 권한은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에게 있다. 그런데 목동6단지는 추진위원회 단계를 건너뛰고 직접 조합을 설립했다.

만약 상가 소유주와 갈등이 오래 이어졌다면 6단지는 추진위로 돌아가야 했을 수 있다. 상가 조합원과 비교적 신뢰를 잘 쌓아놓은 덕분에 복병 없이 순항할 수 있다는 평가다. ‘스펙’만 본다면 목동신시가지에서 5단지와 7단지가 돋보인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5호선 목동역과 맞붙어 있는 7단지는 중심 입지를 갖췄고, 5단지는 용적률 117.2%로 14개 단지(평균 132.6%) 중 가장 낮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연내 14개 단지 모두 정비계획을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목동 재건축에 힘을 쏟고 있다. “속도가 곧 사업성”이란 측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선두 주자인 6단지의 가치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 단계까진 14개 단지가 비슷한 속도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2만6000여 가구가 동시에 집을 비우기 힘든 만큼 이주 이후 절차에선 선두 단지와 후속 단지의 속도 차이가 훨씬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시장은 반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6단지 전용면적 142㎡ 1층 물건이 이달 37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목동6단지는 1986년에 최고 20층, 15개 동, 1362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현재 용적률은 139% 수준이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2173가구(임대주택 273가구 포함)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조합은 하반기 설계자 선정에 이어 내년 초까지 시공사 선정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동6단지 곳곳엔 이미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황 조합장은 “6단지는 안양천이나 서부간선도로에서 잘 보이는 입지에 들어서 있는 만큼 건설사 입장에선 주택 브랜드 홍보 효과가 매우 크다”며 “목동 재건축 1호라는 상징성도 있어 많은 건설사의 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구 내에서 안양천 조망이 가능하고, 30층을 넘는 일부 물량에선 한강 조망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근에 공공기여(기부채납)를 통해 공공청사가 들어선다. 지하철역과 맞붙어 있는 역세권 입지는 아니다. 다만 5호선 오목교역과 9호선 신목동역 등이 두루 가깝다. 단지 앞에 목동선(추진 중) 정거장이 예정돼 있다. 경인초교가 인접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인 데다 목동 ‘앞단지 학원가’도 가까워 교육 여건도 좋은 편이다. 이대목동병원이 가깝고, 목동종합운동장·유수지 개발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