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27일 고강도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수요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관계기관과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총액 한도가 없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28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에 한해 6억원 이내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1주택자의 추가 주담대에서 기존 주택 처분 기간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
또 내달 21일부터는 수도권·규제 지역 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현행 80%에서 70%로 줄인다.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해 실거주 목적으로만 주담대를 받도록 제한한다. 하반기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도 기존 대비 50% 줄이고, 정책대출도 25% 축소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자율 시행 중인 대출 규제도 전 금융권으로 의무화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강력한 수요 억제 효과를 가져와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담대가 막힌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매입 수요가 급감하는 것은 물론,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장기적인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지역 지정이나 LTV 조정과 같은 종전의 조치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조치"라며 "매입 수요를 직접적으로 억누르기에 시장을 관망세로 돌리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인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장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안정시켰다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끌어내야 장기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과열되고 있는 주택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라며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 경로를 원천 차단하고 실수요자도 주택 구매력이 약화해 수요와 거래량이 동반 위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공급, 세제, 주택금융 등 전반적인 정책 방향성이 고려된 개편이 병행되어야 시장 균형과 선순환의 구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에게도 적용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생애 최초·무주택자도 대출 조건 충족이 어려워져 실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 집 마련 수요가 전세 수요로 유입되고,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며 월세 전환이 빨라지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는 가운데 주담대 총액을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면,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이나 청년들은 6억원이라는 한도에 도달할 수 없다"며 "중저가 주택을 희망하는 실수요 계층은 소득 요건과 대출 한도 양쪽에서 발이 묶여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같은 정책 모기지마저 25% 축소되면 청년, 신혼부부 등의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면서 "DSR 기준을 충족하는 고소득자 중심의 수요만 살아남는 초양극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美 IAU 교수)은 "규제 효과는 길어야 3~6개월로 제한적"이라며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준금리 인하 흐름, 공급 부족, 서울 선호 같은 구조적인 상승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