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주간 기준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가운데 성동구, 마포구 등 상대적으로 거래가 자유로운 지역에서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데 따른 부동산 정책 기대감과 내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43% 상승했다. 전주(0.36%)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은 2018년 9월 첫째 주(3일) 기록한 0.47%다. 이어 같은 달 둘째 주(10일) 기록한 0.45%가 두 번째, 같은 해 8월 마지막 주(27일) 0.44%가 세 번째다. 이번주 상승률은 역대급 상승 폭이다.
성동구가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성동구는 집값은 이번주 0.99% 뛰었다. 전주 0.76% 상승해 12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찍었는데 해당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트리마제' 전용면적 136㎡는 지난 15일 74억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달 7일 66억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일주일 새 8억원이 더 올랐다. 이 단지 전용 69㎡도 지난 14일 34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신고가 거래다. 지난달 30일 거래된 31억원보다 3억원 상승했다.
옥수동 '옥수파크힐스101동~116동' 전용 115㎡는 지난 16일 27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최고가 거래다. 같은 달 9일 25억원에 팔렸는데 일주일 만에 2억5000만원 올랐다.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108㎡는 지난 2일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 24억5000만원(3월)보다 2억원 더 뛰었다.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다 보니 내놨던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며 "매수자들도 너무 오른 가격에 한동안 주춤하다 '더 늦으면 못 산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집값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마포구 집값은 이번주 0.98% 뛰었다. 전주 0.66% 올라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번주 최고가를 다시 썼다.
아현동에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 전용 84㎡는 지난 7일 22억원에 팔렸다. 지난달 19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만에 2억2000만원 상승했다. 이 단지 전용 59㎡도 지난 16일 19억9750만원에 거래돼 지난 4월 팔린 17억원보다 2억원 넘게 상승했다.
같은 동 '공덕자이' 전용 84㎡는 지난 18일 22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최고가는 21억50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9000만원 상승했다.
강남권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0.88%)는 잠실과 신천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강남구(0.84%)는 압구정동과 대치동에서, 서초구(0.77%)는 잠원동과 반포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거래됐다. 강동구(0.74%)는 고덕동과 암사동에 있는 대단지에서 거래가 많았다. 용산구(0.74%), 광진구(0.59%), 동작구(0.53%) 등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호가 역시 오르고 있다. 상승 거래도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도 올랐다. 이번주 서울 전셋값은 0.09% 상승했다.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광진구(0.26%)는 자양동과 구의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강동구(0.36%)는 암사동과 고덕동 대단지 위주로, 동작구(0.28%)는 상도동과 사당동에서 전셋값이 올랐다. 용산구(0.16%), 도봉구(0.15%), 송파구(0.15%), 영등포구(0.12%) 등도 전셋값이 뛰었다.
다만 마포구는 단지별로 상승과 하락이 엇갈리면서 보합을, 서초구(-0.15%)는 잠원동과 반포동을 위주로 전셋값이 내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역세권과 대단지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에서는 세입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계약도 꾸준히 맺어지고 있다"며 "일부 단지에선 전세 물건이 부족해 상승 계약이 체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