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평택시 집값이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내리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반세권(반도체+역세권) 효과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에 가파르게 치솟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쏟아진 공급 물량에 맥을 못 추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면적 84㎡는 지난 16일 6억2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1월 거래된 5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소폭 반등했지만 2021년 기록한 최고가 대비로는 61.42%에 불과하다. 이 면적대는 2021년 9월 9억8000만원까지 거래되면서 한때 10억원을 넘보기도 했다.
이 단지 대형 면적대는 최고가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가격이 내렸다.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 110㎡는 지난달 7억6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3월 7억8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다시 몸값을 낮췄다. 2021년 10월 이 면적대는 13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현재 가격은 최고가의 58.84% 수준이다. 반토막 수준까지 내려온 셈이다.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 제일풍경채' 전용 84㎡는 지난 5월 5억6000만원에 거래돼 2021년 9월 거래된 9억2700만원보다 4억원 가까이 하락했고, ‘고덕신도시자연앤자이' 전용 84㎡도 지난 5월 5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전고점인 9억원(2021년 9월)보다 3억5000만원 하락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삼성전지 평택캠퍼스 등 반도체 생산공장 후광효과를 톡톡히 본 곳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업황 악화로 반도체 공장 건설을 미루는 등 평택 투자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고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서울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등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 여긴 전혀 아니다"라면서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와 가까우면서 학군이 좋은 단지들에는 관심이 있는 편이지만 나머지 단지들은 조용하다"고 귀띔했다.

평택지제역 일대 집값도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다. 평택지제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과 KTX, SRT가 지난다. 여기에 GTX-A노선을 평택시까지, GTX-C는 평택을 거쳐 충남 아산까지 연장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평택지제역 인근에 있는 지제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7억7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6월 9억원까지 치솟았던 이 면적대는 최고가보다 1억3000만원가량 내렸다. 이 단지 전용 84㎡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8억원대로 올라서면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상반기 상승 폭을 반납하고 거래가 멈춘 상황이다.
그나마 평택지제역과 가까운 단지는 상황이 낫다. 동삭동 ‘더샵지제역센트럴파크3BL' 전용 83㎡는 지난 18일 4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엔 5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4개월 만에 1억원 넘게 내렸다.
평택의 기존 주거지인 소사벌 일대도 마찬가지다. 비전동 ‘평택소사벌푸르지오' 전용 83㎡는 지난 9일 3억7500만원에 팔렸다. 지난 3월 4억23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다시 몸값이 낮아졌다.

지제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평택지제역 인근에 있는 단지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동삭동이나 비전동 쪽으로 넘어오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며 "실거주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급매 수준의 물건만 찾는다. 거래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평택은 분양시장 상황도 썩 좋지 않다. 최근 평택은 ‘미분양 무덤'으로 급부상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4월 기준 경기도 미분양 가구 수는 1만3950가구다. 전국 6만7793가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이다. 경기도 내에선 평택이 4855가구로 가장 많다. 3월보다는 400여가구 줄었지만, 여전히 많다. 미분양 물량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브레인시티와 상대적으로 외진 곳으로 꼽히는 화양지구에 집중됐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브레인시티나 화양지구의 경우 단기간에 시장 분위기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나은 고덕국제신도시에서 나오는 청약 물량엔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 집값은 지난해 말 대비 3.64% 내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린 지역으로 꼽혔다. 이어 대구 북구(-3.44%) 대구 서구(-3.26%) 경남 거제(-3.11%) 대구 남구(-2.71%) 등 지역의 아파트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경기권에선 안성이 2.62% 내려 평택 뒤를 이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