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2억짜리 아파트가 1억 됐다"…'갭투자 성지'서 벌어진 일

2025.06.25 14:16

한때 전국적인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성지'로 꼽혀 외지인 투자자가 줄을 섰던 경기도 안성시 아파트 가격이 맥을 못 추고 있다. 3년째 이어진 하락세에 한때 치솟았던 집값도 반토막 났다.
정부 다주택자 규제에 저가 아파트 투자 유행…"집값 배로 뛰어"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안성시 공도읍 '주은청설' 전용면적 49㎡는 이달 1억원(18층)에 팔렸다. 2021년 9월 기록한 최고가 2억원(10층)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해 취득세 등 세율을 대폭 올리자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자가 대거 몰렸던 단지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1~3%였던 다주택자 취득세를 8~12%로 올렸고 2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도 기존 최대 40%에서 60~70%로 대폭 상향했다. 주택 투기 수요를 차단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였다. 다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취득세 중과에서 배제돼 1.1%만 취득세로 내면 됐고, 읍 지역의 공시가격 3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중과도 배제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를 찾아 나섰다. 전세를 끼고 사들이면 자금 부담도 적고 가격이 올랐을 때 팔아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 1채당 수백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공도읍의 한 개업중개사는 "전세를 맞추면 2000만원으로 21평(전용 49㎡)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었다"며 "급작스럽게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개인이 한 번에 서너채를 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파트값도 이내 배로 뛰었다"고 회상했다.


외지인 투자자들이 몰려오면서 거래량도 대폭 늘었다. 2020년 516건이던 거래량은 2021년 958건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해 전용 39㎡는 1억7500만원(12층), 전용 49㎡는 2억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고, 전용 59㎡도 이듬해 2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다만 외지인 투자자들의 발길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해 하반기부터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거래 절벽이 심화한 탓이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거래가 어려워지자 외지인 투자자들은 매물을 던지기 시작했고, 집값도 하락을 거듭했다.

전용 49㎡ 실거래가는 반토막 났고 전용 39㎡도 이달 8200만원(15층)에 거래되며 최고가 대비 9300만원 떨어졌다. 단지 내 개업중개사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급매물도 겨우 거래된다"며 "가격이 더 내려가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외지인 떠나자 집값 3년 내리 하락…"급매물만 쌓였다"
주은청설과 같이 갭투자 성지로 꼽혀 외지인 투자자가 몰렸던 안성 공도읍 '주은풍림'도 현재는 투자 수요가 사라져 가격이 크게 내렸다. 이 아파트 전용 39㎡는 이달 9500만원(10층)에 팔렸는데, 2021년 기록한 최고가 1억5000만원(5층)과 비교하면 5500만원 낮은 액수다.

전용 49㎡ 또한 최고가 1억8500만원(12층)에서 8000만원 떨어진 1억500만원(19층)에 이달 거래됐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안성 부동산 시장 자체가 신축 아파트도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쌓일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며 "급매물은 많지만, 매수 연락은 뜸하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안성시 집값은 2022년 7월 말부터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 8.53%, 2024년 3.38%씩 하락했고, 올해도 누적으로 2.62% 내리면서 수도권에서 평택(-3.64%) 다음가는 낙폭을 썼다.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공급마저 수요를 웃돌고 있어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안성에는 적정 수요인 977가구의 배가 넘는 2408가구 입주가 예정됐다. 미분양 물량도 지난 4월 기준 437가구가 쌓여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차익을 노린 매수세가 몰렸던 만큼, 예견됐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집값은 일자리가 많고 교통 환경이 양호해야 오르는데, 안성의 경우는 주변 수요도 적은 곳에 투자 수요가 몰렸던 것이기에 하락은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도권이라고 집값이 무조건 오를 것이라 기대해선 안 된다. 경기도에만 1만3000가구에 육박하는 미분양 물량이 쌓였다"며 "미분양이 대부분 경기도 외곽에 몰린 만큼, 경기도 외곽 주택을 사려 한다면 실거주든 투자 차원이든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오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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